기업탐방Ⅱ
우리나라 ESS 시장은 대형 화재로 인해 한 차례 홍역을 앓고 급격하게 축소되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화재로부터 안전한 ESS 개발을 위해 힘쓰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심바트는 대기업도 해결하지 못하는 ESS 화재 위험을 열 차폐 배터리 팩으로 극복하고자 한다. 발상의 전환으로 ESS 화재 원인 해소에 나선 심바트의 활약상을 살펴보았다.
심바트 오홍석 대표는 재료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다. 삼성코닝에서 재료 개발 엔지니어로 사회생활 시작한 후 오스템임플란트 미국 공장 설립과 생산을 총괄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포스코와 엘지디스플레이에서는 현장 문제 해결 위주의 혁신 활동을 전담했다. 엘지디스플레이 퇴사 후 기업과 현장 문제 해결 전문가를 연결하는 IT 플랫폼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에 합류해 자신이 현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전수했다. 오홍석 대표는 스타트업에서 기술 검색/중계 플랫폼 개발을 기획하는 일을 맡았다. 스타트업 합류 후 1년 만에 사업 방향에 대한 의견 차이로 독립을 결심하고 2019년 심바트를 창업했다.
오홍석 대표는 대기업에서 중소기업,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회사에서 여러 가지 업무를 담당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다양한 회사에서 늘 잘 어울리며 조직 문화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끌고 가는 능력을 발휘했다. 스스로도 점과 점을 잘 연결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여길 정도다.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좌우명을 물었는데 자신의 좌우명이 ‘나는 운이 좋다’라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예상 밖의 대답에 이유를 묻자 “어떤 상황이라도 운이 좋다고 생각하면 정말 운이 좋아졌습니다. 남들이 볼 때는 불운한 상황이지만 그 속에는 항상 좋은 운이 숨어 있다는 것을 마쓰시다 고노스케 회장의 세 가지 은혜 이야기를 듣고 깨달았습니다. 그 후부터 저는 ‘난 항상 운이 좋다’를 좌우명으로 삼고 있습니다.” 고노스케 회장님은 자신이 성공을 이룬 이유를 3가지 큰 은혜를 입고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그 세 가지 큰 은혜는 가난, 허약한 몸, 못 배운 것이라고 했다. 누가 봐도 불리한 조건을 은혜라고 여기는 것을 보고 참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그를 존경하게 되어 롤모델이 되었다.
국내 ESS(Energy Storage System) 시장은 2018년도까지만 해도 세계 시장의 1/3을 차지했으나, 화재 사건 후 지금까지 계속 침체기를 겪고있다. 이에 비해, 세계시장은 환경 문제, 탄소 배출 감축 정책, 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다.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ESS 화재 예방 및 화재 발생 시 즉각 소화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으며, 다양한 방식들의 배터리 모듈들이 출시되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감지 센서와 물이나 특수 소화제를 이용한 소화 시스템을 중심으로 만들어져 복잡하고 비싼 문제점을 안고 있다. 심바트의 열차폐 배터리 모듈은 ‘어떻게 하면, 열 폭주가 일어난 배터리 셀이 주변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다 타게 할 수 있을까’라는 관점에서 배터리 모듈을 격벽으로 나누고, 격벽 안에 액상의 PCM 물질을 채워 화재 시 기상으로 바뀌면서 내부의 열을 밖으로 스스로 뺄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면 구조가 간단해 지면서 비용까지 저렴해지는 장점이 있다.
심바트는 2024년에 한솔에서 제공하는 태양광 패널과 연결된 소규모 ESS를 개발해 HL홀딩스의 화성 자동차 재상품화센터에서 전기차 충전기에 연결하여 사용하는 실증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창업진흥원에서 주관하는 ‘민관협력 오픈이노베이션 지원사업’에 선정 되어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심바트는 실증 테스트를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으며, 이 사업을 통해 태양광-ESS-전기차 충전기를 한 세트로 하는 전기차 충전 스테이션을 출시하고자 한다. 심바트의 전기차 충전스테이션은 전력 배전망 연결이 어려운 오지나 낙도의 전기차 충전용으로 사용하기에 적합한 제품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이나 호주의 대륙 횡단 고속도로 휴게소나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도서 지역의 전기차 충전소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UBESS는 수명이 다한 전기차 배터리를 에너지 저장장치로 재활용하는 ESS로 Used Battery Energy Storage System의 약자다. 블룸버그 NEF(New Energy Finance)는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연 29% 수준으로 성장해 2023년에 약 3,000만 대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전기차 배터리의 사용주 기는 보통 7~10년으로 초기 용량 대비 70% 수준 이하가 되면 주행거리가 감소하고 충전속도가 저하돼 교체하거나 폐차해야 한다. 이렇게 교체된 배터리 내부에는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 충분히 남아 있어 최소 3년에서 최대 10년까지 ESS 배터리 팩으로 사용할 수 있다. 폐배터리는 화재 위험성이 더 크고, 현재 배터리 화재 대비 대책들은 신규 배터리에 적용 가능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심바트의 열차폐 배터리 모듈 기술을 적용하면 폐배터리를 활용한 에너지 저장장치인 UBESS의 화재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
심바트의 초기 사업 아이템은 제약사의 디지털 치료제 외주 개발이었다. 스마트폰용 앱을 통해 질병을 고친다는 새로운 개념이었는데 개발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오홍석 대표는 개발된 제품의 유지보수를 통한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했지만, 고객사가 자체 개발팀을 꾸리면서 유지보수와 신규 디지털 치료제 개발 의뢰가 끊겼다. 결국, 사업 방향을 전환해야 했고 이때 화재 위험이 없는 ESS용 열차폐 배터리 모듈 아이템 개발에 참여할 기회가 생겨 이를 주력 사업으로 전환했다. IT 회사에서 제조업으로 업종을 변경하면서 기존 개발자들은 모두 회사를 떠났고, 신규 아이템에서는 아직 매출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외주마저도 받을 수도 없는 상태에 직면했다. 오홍석 대표는 이때가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기억한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듯 심바트의 미래를 믿고 참여한 박사님과 연구소장이 기꺼이 자본 증자에 동참해 주었다. 또 서울시에서 시행하는 인력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신규 개발자들을 확보할 수 있게 되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오홍석 대표는 이때 심바트가 정말 ‘운이 좋은’ 회사라는 것을 다시 실감했다고 했다.
최근 국내 배터리 화재 사고로 인해 대기업을 중심으로 ESS 화재 대책이 나오고, 정부에서도 해외 ESS 시장 진출을 위해 국내 시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배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다 보니 ESS 열폭주 화재 전이에 대한 안전성 시험 방법 표준 UL9540A 인증이 주목 받게 되고 현재 국내 기업에서는 삼성과 LG만 획득한 상태이다. 최근 심바트는 이에 대한 인증을 받기 위해 준비 중이며 자사의 기술을 대외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홍석 대표는 2024년에 UL9540A 인증 획득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는 국내 ESS 시장에서 먼저 실적을 쌓은 뒤, 이를 기반으로 해외로 진출까지 고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