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KITIA

기업탐방Ⅰ

아카데믹과 비즈니스의 콜라보레이션
AI를 활용한 암진단기로 헬스케어 시장 도전
'(주)딥헬릭스'

알파고를 통해 일반인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AI는 알게 모르게 우리 삶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었다. 사람과 대화를 하거나 작문, 광고 모델, 전화 상담 등 생활하면서 AI를 만나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니다. 이제는 일상생활을 넘어 의료 기기와 헬스케어 분야에도 AI를 활용하는 사례가 등장했다.
딥헬릭스는 AI를 활용해 빠르고 정확하게 암을 진단하는 새로운 기술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딥헬릭스가 헬스케어 제품에서 어떻게 AI를 활용하는지 알아보자.


#1 수학자에서 사업가로 변신

딥헬릭스 김종락 대표는 서강대학교 수학과 교수로서 학문 연구와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그는 미국 루이빌대학교 수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12년 서강대학교로 옮긴 후 수학을 활용해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산업에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했다. 2015년에는 정부 과제인 링크사업단 수리협의체 위원장으로서 수학이 필요한 기업과 연계해 그들 기업 경영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맡았다. 링크사업단에 참가한 4개 기업은 모두 IT 기반 기업으로서 보안 관련 기업, 데이터 분석이 필요한 기업들이었다. 김종락 대표는 링크사업단 위원장을 수행하면서 만난 기업 대표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창업에 도전할 마음을 갖게 되었다.

#2 인생은 짧고 불가능은 없다

인간은 유한한 삶을 살기 때문에 당면한 문제가 풀 수 없는 것인지 확인하기 전에 삶을 마감한다. 그렇기에 영원히 불가능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살아 있는 동안 자신감을 가지고 어려움을 극복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김종락 대표는 믿고 있다. 그래서 늘 ‘불가능은 영원하지 않다’’ 라는 좌우명을 늘 마음속에 되새기곤 한다. 그래서인지 김대표는 좌표축을 처음 만들어 기하학을 숫자로 표현할 수 있게 된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데카르트를 존경하고 좋아한다. 요즘 말로 ‘데카르트 찐팬’이다. 이성을 통해 인간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는 데카르트의 철학에 공감하지만, 사업을 시작한 후 이성의 오류, 즉 내 생각이 진리라고 믿는 것에 대한 오류를 극복하고자 독서와 명상을 즐기고 있다. 사업을 하면서 한 가지 주장만 고집하는 것을 경계하고 더 유연하게 생각하고 탄력적으로 판단하고자 한다.

#3 보드게임 회사에서 헬스케어 회사로

2016년 사업 아이템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창업부터 했던 김종락 대표는 1년 동안 아이템을 정하기 위해 자료 조사도 하고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다. 그는 자신의 전공인 수학과 관련 있는 아이템을 정하는 것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수학을 접목한 보드게임 개발로 방향을 잡았다. 당시 회사명은 ‘감성수학레드’였으며, 출시한 보드게임은 게임과 수학을 접목한 ‘매직빙고’, ‘짝꿍을 찾아라’였다. 보드게임을 온라인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앱으로도 개발해 IT산업으로의 전환도 고려했다. 김종락 대표는 3년 동안 보드게임 회사를 운영하면서 언론의 관심을 끄는 등 성과를 냈지만, 보드게임이라는 아이템이 자신이 꿈꿔왔던 사업 방향과 맞지 않는다고 느꼈다. 마침 AI가 조명받기 시작하자 자신의 전공과도 맥이 통하는 AI 관련 아이템으로 방향 선회를 결심하고 회사 이름을 딥헬릭스로 변경했다.

#4 AI가 촬영하고 분석하는 혈액암 진단기 개발

혈액암 진단기는 손가락 끝에서 채취한 혈액을 AI가 촬영하고, 촬영한 이미지를 자동으로 분석하는 장치다. 기존에 백혈병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채취한 혈액을 사람이 직접 현미경 각도를 조절하며 보고 판단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시간도 많이 소요되었다. 하지만 딥헬릭스의 혈액암 진단기를 사용하면 AI가 자동으로 각도 조절해 가며 진단에 필요한 최소 50장 이상의 사진을 찍어 이미지로 저장한다. 저장된 이미지가 서버로 보내지고 기존에 저장되어 있던 다섯 종류의 백혈구를 기준으로 AI가 비정상 백혈구를 분류한다. 딥헬릭스는 분당서울대병원과 협업을 맺고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제공한 환자의 혈액 표본으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공개된 정보는 500컷 정도지만 딥헬릭스는 2배 이상의 데이터를 받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오류 발생 확률을 낮추었다. 그 덕분에 혈액암 진단기 정확도를 97%까지 끌어올렸고, 이 수치는 오류가 거의 나지 않는 확률이라고 김종락 대표는 확신했다. 또, AI 분석만으로 진단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저장된 데이터베이스로도 식별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사람이 이미지를 보고 직접 판단할 수도 있어서 오진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

#5 대학병원과 협업으로 갑상샘암 진단기 개발 추진

딥헬릭스는 혈액암뿐만 아니라 골수에서 혈액을 채취해 좀 더 다양한 병을 진단할 수 있도록 확장시킬 계획이다. 지금은 손가락 끝에서 혈액을 채취하기 때문에 이미 발병한 병에 대해서만 진단할 수 있지만, 골수에서 채취할 경우 혈액이 다 만들어지기 전에 채취하기 때문에 앞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병을 진단할 수도 있다. 딥헬릭스가 현재 추진하는 분야 중 하나는 갑상샘암 진단기 개발이다. 갑상선은 초음파 사진으로 보는 방법과 실제 조직 세포 표본을 채취해 보는 방법으로 진단한다. 실제 세포 표본을 채취하면 세밀하게 진단할 수 있지만, 인력과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르고, 현재까지는 2차원 이미지 분석 기술로 갑상선암 진단에 성공한 사례가 없다. 갑상샘암 이미지 진단기 개발은 누구도 도전하지 않은 분야로 딥헬릭스와 고신대학교 복음병원이 MOU를 맺고 함께 연구하고 있다. 고신대학교 복음병원은 다양한 임상 결과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서 갑상생암 이미지 진단기 개발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6 연구와 사업은 서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영역

교수직과 대표직을 함께 겸하는 것이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김종락 대표는 그 무엇 하나 소홀히 하지 않는다. 한 학기에 맡아야 하는 강의 시간도 지켜내고 연구 실적도 누구보다 우수하다. 혹자는 사업 운영으로 인해 교수로서 해야 할 일을 등한시한다고 보기도 하지만, 2022년 6편의 논문을 발표해 연구 우수 교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는 창업 초기 사업 아이템을 걱정하던 김종락 교수가 자신의 전공과 연관된 AI를 사업 아이템으로 정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딥헬릭스 대표로서 연구 개발 실적을 학문적 성과로 발표하는 것이나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취업 연계나 연구 실적이 필요한 대학원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도 사업을 병행하는 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7 버킷리스트에 적은 수학을 모티브로 한 소설 집필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버킷리스트에 적어 놓은 항목을 하나씩 지워간다. 그런데 김종락 대표의 버킷리스트는 오히려 매년 한두 개씩 항목이 늘어난다. 최근에 새로 등재된 버킷리스트는 수학을 모티브로 한 소설을 쓰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수학자가 소설을 발표한 적이 없다. 김종락 대표가 수학을 모티브로 한 소설을 쓰면 우리나라 최초가 되는 것이다. 최근에 연습 삼아 짧은 소설을 써보기도 했다. 예전의 감각을 되찾으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집필 소감을 밝혔다. 그는 대학원 재학 시절 공모전에 출품할 정도로 문장 구성 재능이 있다고 자평했다. 언젠가 서점에서 한 기업의 대표가 아닌 작가 김종락의 수학 소설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8 사업과 아카데믹의 콜라보레이션 효과 기대

딥헬릭스와 비슷한 사업을 펼치고 있는 회사들이 주식 공개에 성공했다. 그 회사들의 기업 가치가 작게는 3,000억 원, 많게는 1조 원에 이른다. 그 회사들이 주식 공개와 주식 시장에 상장할 수 있었던 것은 그 기업이 가지고 있는 기술의 미래 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딥헬릭스 입장에서는 IPO에 성공한 기업들은 선발 기업이다. 이들 기업과 경쟁하기보다 자체적인 경쟁력을 키워 기술적으로 앞서는 것이 목표다. 자사의 기술이 앞서면 시장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경쟁할 수도 있고, 유리한 입장에서 협업도 할 수 있다. 또 IPO를 하던 M&A를 하던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이 우선이다. 딥헬릭스는 특허나 논문과 같은 지식재산권 확보에는 경쟁 회사가 따라올 수 없는 특화된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강점을 살린다면 암 진단기 분야의 절대 강자로 부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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