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란트,
도시의 빛을 데이터로 바꾸다
스마트 조명이 도시를 이해하는 기술이 되기까지
도시는 밤에도 멈추지 않는다. 가로등은 단순히 어둠을 밝히는 설비가 아니라, 도시의 안전을 지탱하고 에너지를 절감하며 시민의 이동을 보호하는 가장 넓은 공공 인프라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조명 시스템은 ‘켜고 끄는’ 단순 기능에 정착해 있다. 하지만, 도시는 점점 복잡해지고, 지구 환경을 위한 탄소 감축이 중요해진 이 시점에서 조명 인프라는 더 이상 수동적인 개념에 국한돼선 안 된다. 그래서 에코란트는 네트워크 도시를 이해할 수 있는 센서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꿈꾸고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전국 400만 개가 넘는 가로등이 도시의 안전, 에너지 관리, 환경 모니터링, 심지어 공공 AI 데이터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에코란트 백영호 대표는 2010년 유럽에서 처음 등장한 스마트 조명 개념을 목격했으며, “조명은 도시 데이터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라는 확신을 품고 2013년 회사를 창업한 뒤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후 에코란트는 10여 년이 넘는 시간동안 조명·센서·통신·AI 기술을 결합하였고, 도시의 현재를 읽고 미래를 예측하는 도시 운영 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중이다.
에코란트의 시작은 변화의 징후를 읽은 데 있었다. 백영호 대표는 글로벌 조명 기업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하며 LED 전환, 원격 점멸, 초기 IoT 조명, 스마트시티로의 변화를 온몸으로 체득했다. 그 과정에서 하나의 패턴을 확인했다. 도시 인프라는 결국 ‘데이터 기반 운영’으로 이동할 것이며, 그 중심에는 도시 곳곳에 이미 설치된 가로등이 자리할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유럽에서 스마트 조명의 초기 실증이 시작되고, 사람·차량·환경 변화에 따라 자동 조절되는 조명 시스템이 등장하던 시기, 그는 한국 역시 조명 인프라가 향후 10년 내 ICT와 결합해 스마트 조명 시장을 만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한국은 전국에는 400만 개의 가로등, 서울에는 53만 개의 가로등이 설치돼 있어 인프라 밀도가 세계적으로도 높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이는 도시 데이터를 수집하기에 최적의 기반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백영호 대표는 “언젠가는 이 시장이 폭발적으로 열릴 것”이라는 확신 아래 유럽 기술과 글로벌 레퍼런스를 분석하며 조기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러던 중 팬데믹이 덮쳤다. 위기의 상황이었지만, 에코란트에게는 기회가 됐다. 전 세계 도시들은 디지털 기반으로 운영 효율을 높이기 시작했고, 에너지 절감과 공공 안전이 국가 전략 과제로 부상하면서 스마트 조명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에코란트는 이미 준비가 된 기업이었기에 이러한 흐름 속에 우뚝 설 수 있었다.
에코란트가 개발한 핵심 기술 EC-M11은 조명의 역할을 완전히 재정의했다. EC-M11은 모션·소리·조도·진동의 네 가지 센서를 하나의 디바이스에 통합했고, 이를 통해 도로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능동형 조명 제어 시스템을 구현했다. 대부분의 스마트 조명 기술이 차량이 지나간 후 조도를 높이는 ‘반응형’ 방식이었다면, 에코란트의 스마트 조명 기술은 차량이나 보행자가 도달하기 전에 조도를 미리 높여주는 ‘예측형 밝기 조절 기술’을 구현했다. 이는 운전자가 어두운 구간으로 진입하기 전에 미리 밝혀줘 야간 사고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동시에, 고효율 광원을 사용하면서도 최소 에너지로 가로등의 밝기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무엇보다 EC-M11은 전국의 모든 LED 가로등과 호환되도록 설계되어 교체 비용 없이 설치 가능하고, 수집된 데이터는 클라우드를 통해 즉시 전송·분석되어 도시의 상황 변화를 반영한 조도 패턴을 형성한다. 이러한 기술 구조는 교통량, 소음, 미세먼지, 진동·이상 신호 등을 연속적으로 수집하는 도시 관측 플랫폼의 기반을 제공한다. 나아가 에코란트의 제어기 구조는 CCTV, 디지털 사이니지, 충전기, 환경 센서 등 다양한 장비와 연동 가능하도록 모듈화되어 있으며, 이는 향후 스마트폴 구축의 핵심 기술적 기반이 된다. 이처럼 EC-M11은 ‘조명 제어기’를 넘어 도시 데이터를 가장 촘촘하게 수집하는 디바이스로 확장되고 있다.
프로젝트에서 에너지 절감, 유지보수 효율성, 시민 안전성 향상을 실제 수치로 입증했다. 가장 대표적인 성과는 인도네시아 마디운 시 프로젝트다. 이 지역에 에코란트의 스마트 조명 기술을 적용한 결과, 인도네시아 국영전력공사가 공식 발표한 전기요금 청구서 기준 57% 절감이 확인되었고, 이는 즉각적인 추가 구축으로 이어졌다. 이후 6천 대 이상의 조명을 순차적으로 납품했으며, 수만 대 규모 추가 도입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국내 실증에서도 기술은 독보적이었다. 인천국제공항 야외 주차장 실증에서는 시간대별 조도 조절만으로 80% 이상의 에너지 절감률을 보였다. 에코란트는 현재까지 약 1만 5천여 대의 구축 실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 동일 분야에서 손꼽히는 수준이다. 절감률은 단순히 에너지 비용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탄소중립 정책 대응, 공공 예산 절감, LED 광원의 수명 연장, 고장률 감소에 따른 유지보수 비용 절감, 도심 야간 안전성 향상, 빛공해 최소화, CPTED(범죄예방환경설계) 관점의 조도 품질 개선까지 연결되는 종합적 효과다. 조명은 단순한 전력 소비원이 아니라 도시 전반의 리스크를 관리하고 도시 운영의 비용 구조를 혁신하는 핵심 인프라다.
에코란트는 가로등을 도시의 디지털 신경망으로 바라본다. 가로등 기반 센서를 통해 교통량, 소음, 미세먼지, 온도·습도, 진동 등의 데이터를 연속적으로 수집하면 도시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고, 이는 도시 운영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인다. 특히 스마트폴이 확산된다면 에코란트 기술은 더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스마트폴은 조명·CCTV·사이니지·충전기·환경 센서를 하나의 기둥에 통합하는 미래형 도시 인프라지만, 장비 간 연동과 전력 관리, 유지보수 비용이 큰 과제로 남아 있다. 에코란트의 EC-M11 기반 제어 기술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모듈화된 구조로 설계되어 있어,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폴’을 구현할 수 있는 핵심 기술적 기반을 제공한다. 나아가 에코란트는 조명 데이터를 공공 AI 데이터센터와 연계할 수 있는 구조를 연구 중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 AI 데이터센터 구축 로드맵과 함께 도시 데이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으며, 조명 기반 센싱 데이터는 향후 교통 정책, 도시 계획, 환경 관리, 긴급 대응 시스템 개선에 활용될 수 있는 중요한 공공 데이터가 된다. 에코란트가 구축하는 스마트 조명 인프라는 도시 전체를 연결하는 ‘데이터 고속도로’의 출발점이다.
에코란트의 비전은 조명 산업을 넘어 도시 전체를 이해하는 데이터 기업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2015년부터 IoT 기반 조명 인프라를 준비했고, 2020년부터는 공공 AI 데이터 수집 기술을 고도화했다. 더 나아가 에코란트는 향후 5년 내 스마트 조명 운영 플랫폼 고도화 및 스마트폴 확장 그리고 해외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10년 내에는 도시 운영 데이터와 신재생 에너지 효율화 기술을 결합한 ESG 기반 글로벌 기술기업으로 성장하는 로드맵을 제시하고자 한다.
도시가 지속가능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기술이 사람을 이롭게 해야 하며, 데이터는 도시의 안전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활용되어야 한다. 에코란트는 조명이라는 가장 기본적이면서 가장 넓은 인프라를 기반으로 도시의 에너지·안전·환경·데이터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려 한다. 스마트 조명은 단순히 에너지를 절감하는 기술이 아니라 도시의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기반 기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