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 KITIA · 기업人 인터뷰 ②

에이트스튜디오,
의료기기 소프트웨어 중심기업
AI 보행 분석으로 시니어 헬스케어의 기준을 다시 세우다

보행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움직임이지만, 동시에 퇴행성 질환의 가장 민감한 지표다. 근감소증, 파킨슨병, 치매 등 시니어 질환의 초기 징후들은 걷는 방식에서 가장 먼저 나타난다. 그러나 기존 보행 분석 기술은 고가 장비, 복잡한 촬영 환경, 긴 검사 시간으로 인해 환자에게 쉽게 권하기 어렵고, 의료 현장의 접근성 역시 낮았다. 에이트스튜디오는 이 과제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누구나 쉽게, 그러나 의료기기급 정확도로 보행을 기록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목표로 2022년 창업했다. 그리고 2024년 영상 인식 AI와 초광각 카메라 기반 기술을 결합해 아이패드 한 대로 5m 보행을 분석하고 병원급 리포트를 즉시 제공하는 ‘메디스텝’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단순한 성능을 넘어 의료 현장에서 신뢰를 얻었고, 더 많은 시니어의 일상 속으로 확산되며 새로운 헬스케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다.

AI 기반 보행 분석으로 열린 새로운 의료의 문

에이트스튜디오의 박신기 대표는 현대모비스에서 자율주행 비전 AI를 개발하며, 영상 분석 기술이 사람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해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오래전부터 확인해왔다. 한국 사회가 초고령화로 진입하고, 시니어의 이동 능력이 건강의 핵심 지표로 떠오르는 시점에서 그는 “AI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인간의 삶”이라고 판단했다. 시작은 파킨슨병 조기 진단 앱이었다. 파킨슨병은 50개 이상의 복잡한 진단 항목을 필요로 하고, 안면 강직·손떨림·보행 이상 등 다양한 증상을 정밀하게 관찰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 환자 수가 적고(약 13만 명), 의료기기로 시장의 신뢰를 얻기까지 시간과 비용이 너무 크다는 것을 파악한 후, 2024년 보행 중심의 헬스케어로 피벗했다. 보행은 뇌신경계와 근골격계를 동시에 반영하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지표였으며, 근감소증·파킨슨병·치매 등 폭넓은 시니어 질환을 포괄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에이트스튜디오는 “보행 데이터를 가장 많이 모으는 기업”이라는 명확한 비전을 세웠다.

메디스텝이 바꾼 보행 분석의 기준

메디스텝의 핵심은 동작 인식 AI로 Pose Estimation AI이다. 간단히 말해 인체 또는 얼굴의 포즈(자세)를 자동으로 추정하는 컴퓨터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메디스텝은 사람의 관절 노드 수십 개를 마커 없이 검출하고, 보폭·보행 속도·균형·관절 각도 등을 정량화해 의료기기 수준의 리포트로 제시한다. 기존의 보행 분석은 몸에 마커를 부착하고 14대의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하는 모션 캡처 기반이었다. 장비 가격은 약 3억 원에 달했고, 그 비용은 100만 원 가량이었다. 더군다나 결과를 받기까지 일주일 이상이 걸렸다. 하지만, 메디스텝은 이 과정을 10초 촬영 → 7초 분석 → 즉시 결과 제공으로 대체했다. 비용과 시간은 90% 이상 절감되었고, 환자의 부담은 획기적으로 낮아졌다. 정확도는 의료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에이트스튜디오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함께 세 차례의 비교 실험을 통해 약 95% 정확도를 입증했고, 고려대학교에서는 미국 게이트라이트라는 장비와 제품 비교 테스트를 한 결과에 대해 98%의 정확도 성적서를 발급해주었다. 이러한 과학적 데이터를 발판삼아 메디스텝은 현재 대학교 연구실 5곳과 대학병원 6곳에서 사용 중이다.

의료 현장과 지역사회에서 입증된 확장성

메디스텝은 2024년 4월 출시 후 빠른 속도로 현장의 신뢰를 얻었다. 분당서울대병원과 양산부산대병원 임상을 시작으로, 국내 대학병원 46곳 중 6곳에서 제품이 정식 도입되었다. 메디스텝을 홍보하기 위해 강남보건소 야외 행사장에 부스를 열었을 때는 수많은 부스 중 에이트스튜디오의 보행 분석 부스에 가장 긴 줄이 생겼었고, 보행 보조기나 전동 휠체어를 타던 시니어들이 “이건 꼭 해보고 싶다”며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5m를 걸어내기도 했다. 자유로운 보행을 시니어들이 얼마나 갈망하는지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시니어들의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고 정서적 안정에 큰 획을 그은 메디스텝은 UI·UX 혁신 덕분에 크게 확산해 갔다. 기존 장비는 연구자 중심 설계로 일반 의료진이 사용하기 어려웠지만, 메디스텝은 간호사나 복지사도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또한 병원에서 요구하는 심평원 제출용 결과지 양식을 즉시 반영해 업데이트하는 등 “현장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성장하는 의료기기”로 자리매김했다.

글로벌 확장의 시작, 애플 파트너십이 만든 전환점

에이트스튜디오의 입지를 굳건히 하고 사업적인 확대를 이끈 건 2023년 의료기기 전시회라고 할 수 있다. 에이트스튜디오의 기술력을 높이 산 애플 코리아가 협업의 손을 내밀었으며, 2024년 10월 에이트스튜디오는 애플 파트너스 기업으로 선정됐다. 이를 통해 병원용 아이패드 30여 대에 원격 설치·업데이트·버전 관리가 가능한 프라이빗 앱스토어 접근권을 습득할 수 있었다. 기존 키오스크는 장비 설치와 세팅에 3시간이 걸렸지만, 애플 기반 구조는 “박스 개봉 후 즉시 사용”이 가능하다는 특장점이 있었다. 덕분에 생산·설치 비용이 크게 절감되었고, 의료기관 도입 속도도 증가했다.
해외 시장에서도 빠르게 확산중이다. 스위스 재활병원에서는 미국산 압력 매트와 비교하며 메디스텝을 PoC 형태로 도입했고, 홍콩 총판사는 말레이시아 학회에 데모 장비를 직접 들고 나가 주목을 받았다. 2025년 상반기에는 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홍콩으로 진출했고, 유럽 인증이 완료되면 동남아 4개국은 패스트트랙 인증도 가능해진다. 이는 기존의 장비와 비교했을 때 5배 이상 저렴하다는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선점했기 때문이었다.

보행에서 재활 전체로 확장되는 미래 비전

에이트스튜디오는 보행 분석을 넘어 재활 영역 전체를 자동화하는 기술을 준비하고 있다. 2024년 12월 발표된 근감소증 신의료기술(보행 속도·균형·의자 일어서기 검사)을 기준으로 영상 기반 자동 측정 기능을 구현했고, 2025년 7월 의료기기 변경 신고까지 완료했다. 에이트스튜디오는 넘어짐 감지 기능, 의자 일어서기 자동 카운팅 등 반복 작업이 많은 의료 현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젊은 세대를 위한 러닝 포스처 분석 앱도 개발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10만 건 이상의 보행 데이터를 축적해 퇴행성 질환 조기 탐지, 중증도 자동 평가, DTX 기반 치료 솔루션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박신기 대표는 “보행 분석은 곧 일상의 건강 검진이 될 것”이라 말한다. 3년 안에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보행 이상을 확인하는 시대를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그는 시니어와 젊은 세대 모두가 평생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