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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전설을 쓰다:
에토레 부가티(Ettore Bugatti).

자동차를 단순한 기계로 보지 않았던 한 사람이 있다. 그는 속도를 예술로 만들었고, 엔지니어링을 철학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그의 이름은 에토레 부가티(Ettore Bugatti).부가티는 자동차 역사에서 하나의 전설이다. 단순히 빠른 차를 만든 것이 아니라, 그 속도에 우아함을 더했고, 성능에 감성을 입혔다. 그의 자동차는 마치 정교한 조각 작품처럼 아름다웠고, 동시에 치열한 레이스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달렸다. 그는 기계가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 믿음을 철저히 지켜냈다. 부가티라는 이름이 단순한 브랜드가 아닌 하나의 아이콘이 된 이유. 그 시작을 따라가 보자.

출처 : 부가티 공식 홈페이지

예술의 피를 물려받은 엔지니어

1881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태어난 에토레 부가티는 예술과 디자인이 흐르는 가문에서 자랐다. 그의 아버지 카를로 부가티(Carlo Bugatti)는 가구와 보석을 디자인하는 예술가였고, 형은 조각가였다. 하지만 에토레는 조금 달랐다. 그는 캔버스보다 기계에 더 관심이 많았고, 정밀한 공학이 만들어내는 조화에 매료되었다. 예술적인 감각과 기계에 대한 열정이 결합되자, 그의 재능은 독창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자동차가 대중화되기 전부터 그는 이미 기계 설계에 뛰어났고, 젊은 나이에 자동차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그는 남의 회사를 위해 일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자신만의 철학이 담긴 차를 만들고 싶었다. 1909년, 그는 프랑스 몰스하임(Molsheim)에 자신의 자동차 회사를 설립한다. 부가티 브랜드의 역사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레이스에서 탄생한 전설, Type 35

부가티는 처음부터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움직이는 예술’로 봤다. 그가 만든 차는 기능성과 디자인의 균형이 절묘했다. 단순히 성능이 뛰어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완벽한 형상이었다. 1924년, 그의 철학을 집약한 모델이 등장했다. 바로 Type 35. 이 차는 그가 꿈꾸던 ‘아름답고 빠른 자동차’의 이상을 그대로 실현한 작품이었다. 경량화된 차체, 정밀하게 조율된 엔진, 유려한 곡선이 살아 있는 디자인. 그리고 무엇보다도, 압도적인 성능. Type 35는 등장과 동시에 자동차 경주계를 뒤흔들었다. 크고 무거운 차들이 주류였던 시절, 부가티는 날렵하고 가벼운 차를 만들어 레이싱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Type 35는 1,000회 이상의 우승을 거두며 역대 가장 성공적인 레이스카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빠르고, 가볍고, 아름다웠던 이 차는 단순한 기술적 성취를 넘어 자동차 디자인의 기준을 새롭게 세웠다.

출처 : 부가티 공식 홈페이지

궁극의 럭셔리, Bugatti Royale

부가티는 레이스에서만 머무르지 않았다. 그는 자동차를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궁극의 럭셔리 아이템으로 만들고 싶었다. 귀족과 왕을 위한 차. 단순히 비싼 차가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품격 있는 차. 그렇게 탄생한 것이 1927년의 Bugatti Type 41 ‘Royale’이었다. 이 차는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길이 6.7미터, 무게 3톤. 당시 기준으로도 거대한 차체와 12.7리터의 초대형 엔진을 탑재한, 말 그대로 ‘왕을 위한 차’였다. 성능도 성능이지만, 부가티는 이 차를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이동하는 예술 작품으로 만들고자 했다. 차체는 우아한 곡선을 그렸고, 실내는 최고급 가죽과 원목으로 장식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시대였다. 1929년 대공황이 세계 경제를 강타하며, Royale은 판매되지 않았다. 결국 단 6대만 생산되었고, 부가티의 야심작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이 모델은 지금까지도 ‘역사상 가장 우아한 자동차’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전쟁과 함께 사라진 이름

1930년대까지 부가티는 유럽 최고의 명차 브랜드였다. 하지만 세상은 빠르게 변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유럽의 자동차 산업은 위기를 맞았다. 전쟁이 끝난 후, 자동차는 점점 더 실용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화려한 디자인과 정교한 엔지니어링보다 대량생산과 경제성이 중요한 시대가 왔다. 1947년, 에토레 부가티가 세상을 떠났다. 그의 죽음과 함께 부가티 브랜드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이후 몇 차례 재도전이 있었지만, 시대는 이미 바뀌어 있었다.

출처 : 부가티 공식 홈페이지

부활한 전설, 다시 빛나다

그러나 전설은 그렇게 끝나지 않았다. 1998년, 폭스바겐 그룹이 부가티를 인수하며 브랜드를 다시 살려냈다. 그리고 2005년, Bugatti Veyron이 세상에 등장했다. 최고 속도 400km/h, 1,001마력. 자동차 역사상 가장 강력한 하이퍼카였다. 이 차는 단순한 슈퍼카가 아니었다. 그것은 부가티의 부활이었고, 에토레 부가티가 남긴 철학의 현대적 해석이었다. 그리고 2016년, 더욱 강력한 Bugatti Chiron이 등장하며, 부가티는 다시 한 번 자동차 역사에 전설을 새겼다.

부가티가 남긴 것, 그리고 미래

에토레 부가티는 단순한 자동차 제작자가 아니었다. 그는 공학과 예술의 경계를 허문 사람이었다. 그가 만든 차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었다. 그것은 감동을 주는 예술 작품이었고, 인간의 열망을 실현하는 도구였다. 속도와 아름다움이 공존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사람. 그것이 바로 에토레 부가티였다. 오늘날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 자율주행 기술 등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기술만으로 충분할까? 자동차가 우리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에토레 부가티가 남긴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리고 그의 정신이 깃든 차들은, 지금도 도로 위에서 그 답을 증명하고 있다.

출처 : 부가티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