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대 현
clinamen@lgbr.co.kr
한 상 엽
syhan@lgbr.co.kr
채용에서 AI 활용이 활발하다. 지금까지 AI는 서류 및 면접 평가 자동화와 같은 일부 선발 과정에 주로 사용되어 왔다. 이러한 ‘선발 AI’는 투명성과 신뢰성 부족 문제가 반복적으로 지적되었으며, 법적 리스크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에는 AI를 인재 ‘발굴, 탐색’ 과정에 활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필요한 인재의 조건을 입력하면 오픈 웹 상의 정보를 활용해 적합한 인재를 찾아내는 ‘AI 리크루팅’이다. AI 리크루팅은 초기 단계지만, 이를 통해 더 다양한 인재풀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어 미래 채용 경쟁력을 높일 잠재력이 크다.
본 원고는 LG경영연구원에 실린 '채용 AI, 선발보다는 탐색에 유용'을 발췌하여 게재한 원고입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유에스(Market.US)에 따르면, 지난해 채용 AI 관련 글로벌 시장 규모는 약 1.2조원(9억 달러)이며, 향후 10년간 연 평균 15%씩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채용 AI 활용이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업무 효율성 제고다. 채용 전문 기업 워커블(Workable)이 채용 AI를 사용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현황 조사에 따르면, 채용 AI를 주로 활용하는 분야는 이력서 검토(59%), 지원자 직무 적합도 평가(43%), 화상 면접(19%) 등 주로 지원자 평가와 관련된 것들이다.1)
많은 인력과 시간이 필요한 서류 및 면접 평가 업무를 머신 러닝, 딥 러닝, 생성형 AI 등에 기반한 알고리즘을 활용해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그 효과는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유니레버는 채용 프로세스 전반에 AI를 도입해 연간 약 7만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더하여 선발 AI는 일관된 기준으로 지원자를 평가하기 때문에 평가 객관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평가자의 선입견과 편견 간섭이 줄어드는 만큼 합격자의 인재 다양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선발 AI 활용에는 장점만 있지 않다. AI를 활용한 선발은 지원자에 대한 AI의 판단 결과만 확인할 수 있을 뿐, 판단 과정이나 근거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신뢰도, 편향성, 투명성 이슈가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는 ‘AI가 합리적인 판단 기준에 따라 지원자를 공정하게 평가했는가, 평가 결과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이 가능한가’에 관한 질문이다. 학습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 AI 알고리즘은 비합리적인 기준으로 지원자를 평가할 수 있다. 학습 데이터가 충분하더라도 데이터에 편견이 들어가 있다면, AI 알고리즘도 그 편견을 그대로 답습하게 되는 문제도 있다. AI의 블랙박스적 속성으로 인해 AI가 판단한 결과에 대해 지원자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기 어렵다는 점도 계속 지적되던 이슈이다.
1) 국내 기업들도 비슷하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필기 및 역량검사(58%), 서류 심사(42%), 면접(20%) 순으로 활용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 분야 AI 활용실태 및 공정성 확보방안 연구, 한국산업인력공단, 2023)
선발 AI 활용의 잠재적 문제는 법적 리스크까지 확대되고 있다. 2022년 5월, 미국 고용기회평등위원회(EEOC; Equal Employment Opportunity Commission, 이하 EEOC)는 온라인 교육 업체 아이튜터그룹(iTutorGroup)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한 구직자가 연령만 다르고 나머지 내용은 동일한 2개의 지원서를 접수했는데, 어린 나이를 입력한 지원서만 합격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조사가 시작된 것이다. EEOC는 해당 기업이 사용하는 AI 선발 프로그램이 고령자를 차별하고 있어 고용연령차별법(Age Discrimination in Employment Act)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제기했다. 이듬해 법원은 피고 기업이 사용한 AI 선발 프로그램이 55세 이상 여성과 60세 이상 남성을 거부하도록 설정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차별 피해자들에게 총 36만 5,000달러(약 5억 원)의 합의금과 차별 구제 수단을 제공할 것을 선고했다. 최근에는 구직자가 채용 AI 업체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올 2월, 데렉 모블리(Derek Mobley)는 HR 소프트웨어 업체 워크데이(Workday)를 상대로 AI 선발 프로그램의 편향성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40세 흑인 남성인 데렉은 HP, 컴캐스트(Comcast) 등 워크데이 AI 선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기업들에 100번 이상 지원했지만, 번번히 탈락했다. 그는 자신이 직무 요건을 충분히 갖추었음에도 한결같이, 때로는 매우 빠른 속도로 탈락했음을 지적하며, 워크데이의 선발 프로그램이 인종, 연령 혹은 병력 상의 이유로 자신과 같은 지원자들을 자동으로 걸러내고 있다는 혐의를 제기했다. 데렉 측 변호인은 “워크데이의 행동을 규제할 장치가 없으며, 이로 인해 AI 선발 프로그램이 차별을 조장하는 손쉬운 수단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법원 심리 중인 이 소송은 지원자가 채용 AI 업체를 대상으로 제기한 첫 사례로, 향후 채용 AI 관련 법적 논쟁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국내에서도 AI 면접으로 인재 선발을 진행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정보공개 청구 소송이 발생했다. 법원은 AI 면접 솔루션 업체가 제공한 설명 자료, 수집되는 응시자 개인 정보 종류, 평가하려는직무 적합성 관련 문서 등을 공개하라고 명령했다. 즉, AI 면접의 차별성이나 편향성을 검토할 수 있는 자료를 공개하라는 것이다.
채용 AI에 대한 법제화도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미국 뉴욕시는 지난해 7월부터 ‘자동 채용 시스템(Automated Employment Decision Tools, 이하 AEDT)’에 관한 관리 법안을 시행 중이다. 뉴욕시에서는 외부 독립 기관에 의한 편향성 감사를 통과하고, 해당 정보를 공시한 경우에만 선발 AI를 사용할 수 있다. 뉴욕시의 AEDT 관리 법안은 미국 내 AI 관련 최초의 법률로, 다른 주에서 추진하려는 유사 법률의 모태가 되고 있다.
지난 3월 유럽연합의회에서는 AI 규제법이 가결됐다. 이 법에서는 ‘채용 및 직원 관리와 관련된 AI’를 고위험군 AI로 분류한다. 고위험군 AI는 ‘시민의 건강, 안전, 기본 권리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시장 출시 전 영향 평가, 시장 출시 후 모니터링, 보고, 위험관리 등 엄격한 의무가 부과된다. 이에 따라 규제법이 전면 시행되는 2026년부터 유럽연합 지역에서 선발 AI 사용은 엄격한 법적 관리와 통제를 받게 된다.
국내에서도 선발 AI 관련 규제를 만드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미 지난 21대 국회에서 선발 AI에 대한 규제를 담은 채용 절차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됐으며, 22대 국회에서도 동일한 취지의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이 개정안들은 공통적으로 선발 AI를 이용할 경우, 평가 방식과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를 사전에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AI 기술의 편향성과 차별가능성 예방 노력 의무화 등의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최근 법적 분쟁 사례나 법제화 움직임은 선발 AI가 갖고 있는 문제들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리고 이 문제들은 “기술이 차별을 자동화하더라도, 고용주는 그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EEOC 샬럿 버로우즈(Charlotte Burrows) 위원장의 말처럼, 선발 AI를 사용하는 기업에게 적잖은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선발 AI를 사용하려면 AI의 결정 과정 설명, 편향성 논란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관련 기술은 아직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2)
2) ‘설명 가능한 AI(Explainable AI)’에 대한 연구가 진행중이나 아직 충분하지 않은 수준이다. 편향성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결과 동등성(Outcome Parity), 예측도 동등성(Predictive Value Parity), 오류율 동등성(Error Parity) 등 공정성 지표를 사용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으나, 절대적 평가 기준이 없어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
AI를 활용한 인재 선별에 관한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최근에는 인재 탐색에 AI를 활용하는 ‘AI 리크루팅’ 시도가 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채용 공고를 통해 인재를 확보하기도 하지만, 리크루터들이 자사에 지원하지 않은 잠재적 인재군 중에서 필요 인재를 찾아 채용하기도 한다. 전문가 커뮤니티나 구직 플랫폼 등을 일일이 뒤져 자사에 필요한 역량과 경험을 갖춘 인재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들 수밖에 없다. AI 리크루팅은 이러한 인재 탐색 과정을 AI를 활용해 자동화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인재 탐색에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또한 선발 AI와 달리, AI 리크루팅은 외부에서 인재를 발굴해 추천하는 기능이기 때문에 법적 리스크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AI 리크루팅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것은 오픈 웹(Open Web) 검색이다. 필요 인재 요건을 입력하면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링크드인(LinkedIn), 깃허브(Github) 등 다양한 오픈 웹을 검색하여 적합한 인재를 발굴해 추천하는 방식이다. 오픈 웹 검색으로 탐색할 수 있는 인재 규모는 서비스 제공 업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많게는 9억 명 이상의 인재 프로필에 접근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방대한 프로필 정보로부터 인재를 탐색하는 만큼, 다양한 인재에 접근할 수 있고, 희귀한 스킬을 보유한 인재까지도 발굴할 수 있다. 이는 AI 리크루팅의 큰 강점이다. 즉, 기존 채용 방식이 채용 공고를 확인하고 지원한 인재들을 대상으로 선발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수동적 채용(Passive Recruiting)’이라면, AI 리크루팅은 지원하지 않은 인재까지 풀을 확장해 선발 프로세스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적극적 채용(Active Recruiting)’이라고 할 수 있다. 링크드인에 의하면 재직자 중에서 채용 공고를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지원서를 제출하는 등의 활동을 하는 적극적 이직자는 30%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AI 리크루팅을 통해 나머지 70%에 해당하는 소극적 이직자까지 포함한 인재풀(Talent Pool)을 구성한다면, 채용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일례로, 외부 전문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AI 리크루팅을 도입한 광고대행사 WPP의 섀논무어만(Shannon Moorman) 글로벌 인재 확보 담당은 “레딧(Reddit)과 같은 대형 소셜 커뮤니티의 하위 포럼, 대학 흑인 동문회 등 기존에 생각지도 못했던 다양한 인재풀을 대상으로 더 빠르게 인재를 탐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클라우드 협업 소프트웨어 업체 링 센트럴(Ring Central)도 AI 리크루팅을 활용해서 효과를 본 기업이다. 링 센트럴은 공격적으로 글로벌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인재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채용 공고를 통해 확보한 인재풀에는 적절한 인재가 없는 경우도 많았고, 채용 공고 후 일정 시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속도가 느릴 수 밖에 없었다. 앨빈 램(Alvin Lam) 인재 담당 임원이 찾은 돌파구는 AI 리크루팅이었다. 채용 공고를 내고 지원자를 기다리던 방식에서 벗어나, 오픈 웹 검색을 통해 선제적으로 인재풀을 구축하고 적합한 인재에게 입사 제안(Job Offer)을 하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그 결과, 인재 탐색부터 채용 확정까지의 절차를 1주일 만에 마무리할 정도로 속도가 개선됐다. 채용 기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된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AI로 오픈 웹을 검색하여 인재풀을 구축할 때, ‘스타트업 근무’, ‘회사 IPO 당시 근무 경험’, ‘성공적으로 부서 확장’ 등을 핵심 단어로 사용해 후보자를 정밀하게 탐색한 것이다. 빠르게 사업을 성장시키려는 상황에서,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해본 사람들에게만 집중적으로 접근하여 입사를 제안했기 때문에 더 빠르게 인재를 채용할 수 있었다.
AI 리크루팅의 또 다른 강점은 오픈 웹 상에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정보를 추론하여 제공하는 예측분석(Predictive Analytics)이다. 예를 들어, 소속 직장의 평균 이직률이나 현 직무 및 포지션에서의 근속 등의 정보를 활용해 이직 제안에 응할 가능성(Likelihood to Move)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예측 분석을 적절히 활용하면 채용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예측 분석의 가장 큰 효과는 인재의 경력 정보를 활용해 해당 인재가 보유한 것으로 예상되는 스킬 정보를 알려주는 ‘추정 보유 기술(Inferred Skills)’ 기능이다. 적극적 이직자와 달리 소극적 이직자는 자신이 보유한 스킬을 상세하게 입력하지 않거나, 최신 상태로 업데이트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AI 추론을 통해 숨어 있는 소극적 이직자 중에서 자사에 필요한 인재를 발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잘 활용하고 있는 기업이 미국 방산업체 레이시온(Raytheon)이다. 이 회사는 사업특성 상 국가 안보와 관련된 기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보안 인가(Security Clearance)’를 보유한 사람만을 채용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보안 인가를 받은 사람은 약 400만 명(2019년 기준)으로, 방산업계 인력 수요 대비 부족하다. 특히 방산업체 핵심 업무에 필요한 ‘최고 등급(Top Secret)’ 보안 인가를 갖고 있는 사람은 130만 명에 불과해 인재 확보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더 어려운 점은 보안 인가를 갖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파악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외국 스파이의 주목을 끌 수 있다는 우려로 자신들이 보안 인가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AI 리크루팅은 갑자기 등장한 구원투수였다. 한 AI 리크루팅 업체가 AI 추론 기능을 활용해 보안 인가를 보유할 것으로 추정되는 잠재적 인재풀을 구축해준 것이다. 더 나아가 잠재적 인재들의 경력은 물론, 논문, 컨퍼런스 발표 자료까지 정리하여, 이들의 경험과 전문성을 판단할 정보까지 제공해 주었다. 레이시온의 인재 담당 임원은 ‘AI 리크루팅은 보안 인가를 보유한 인재를 발굴하는 핵심 도구’라고 말한다.
오픈 웹 검색 방식을 활용한 AI 리크루팅에도 한계는 있다. 우선, 온라인 정보에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특성으로 인해 신뢰성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지원자가 과장된 경력이나 허위 정보를 웹에 게시하는 경우, 이에 속아 넘어가 인재 추천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일부 업체에서는 오픈 웹에서 얻은 정보와 자체 보유한 데이터베이스 정보를 결합해 인재를 탐색하는 ‘결합 검색 방식’을 활용하기도 한다. 즉, 자사가 보유한 실제 이력서 정보와 오픈 웹에서 수집한 다양한 정보를 결합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적합도가 높은 인재를 추천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신뢰도와 정확도, 채용 성공률 측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보유 데이터베이스에 포함된 인재만을 대상으로 한정하기 때문에 인재 추천의 다양성은 다소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AI 리크루팅은 아직 시작 단계이지만 그 잠재력이 크다. 특히 연구 논문이나 특허 등 전문성을 확인해 볼 디지털 자료가 풍부한 R&D 분야 인재 발굴, 지리적 제약과 언어 장벽을 뛰어넘어야 하는 현지 글로벌 인재 발굴 등에서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물론 AI 리크루팅이 만능열쇠는 아니다. 그러나, 인구 감소로 인재 공급이 줄어들고 있는 국내 상황을 고려할 때, 반드시 갖춰야 할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내부 역량이 부족하다면 외부 전문업체와의 협업을 통해서라도 하루 빨리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