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벤처 경영자들은 자신의 롤 모델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현대그룹 창업자 정주영 회장,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을 가장 많이 꼽는다. 이 중 스티브 잡스와 정주영 회장은 미국과 한국을 대표하는 경영자로, 어려운 환경을 극복한 스토리의 주인공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성장 배경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경영 스타일을 선보였던 두 경영자의 삶을 살피고 배워야 할 점을 찾아보자.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벤처 창업자들의 희망이고 ‘기업가 정신’의 표상이다. 스티브 잡스의 삶이 극적인 이유는 그가 최악의 상황들을 극복하고 지금껏 세상에 없었던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태어나자마자 입양된 그는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 자랐다. 대학 졸업장도 없이 세상에 뛰어들었지만, 혁신적 사고를 통해 창조적 경영이 무엇인지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컴퓨터와 매킨토시로 대성공을 거뒀지만, 그의 독주를 두려워한 애플의 대주주들은 1985년 그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도록 강요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것과 다를 바 없는 행동을 한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만든 회사의 경영에서 물러났지만 낙담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몇몇 애플 직원들과 함께 넥스트스텝(NextStep)을 설립했다. 넥스트스텝이 인수한 픽사는 <토이 스토리>로 대성공을 거둠으로써 그의 통찰력을 다시 한번 세상에 알렸다. 한편, 스티브 잡스가 떠난 후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애플은 1996년 스티브 잡스를 다시 최고경영자로 복귀시켰다. 잡스의 진가는 애플 복위 후 불과 1년 만에 빛을 발했다. 1997년 1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던 애플은 1998년 iMac을 통해 4억 달러 가까운 흑자를 기록한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삶에도 ‘호사다마’는 예외가 아니었다. 승승장구하던 그는 2003년 희귀 췌장암 선고를 받고 8개월 후인 2004년 8월 암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암 선고도 그의 혁신 의지를 막지 못했다. 수술 후 그는 애플 전 직원들에게 “저는 이 메일을 병원 침상에서 17인치 파워북 컴퓨터를 통해 보냅니다”라며 건재함을 알렸다. 암 수술 후에도 스티브 잡스의 혁신은 아이폰 개발로 이어졌고 미국의 전반적인 IT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성장은 지속되었다. 2007 회계연도 4분기 야후의 순이익은 64%나 감소했지만, 애플의 분기 순이익은 26% 증가했다는 것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수많은 명언으로 젊은이들에게 혁신의 영감을 심어준 것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스탠포드 대학에서 했던 ‘Stay Hungry, Stay Foolish!(항상 새로운 지식 앞에 배고파하고, 항상 바보가 되어라!)’라는 말은 지금까지도 현실에 안주하려는 젊은이들을 일깨워주고 있다.
시대와 공간은 다르지만, 거북선이 그려진 500원짜리 지폐 하나로 영국에서 현대중공업 창업 자금을 빌린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기업가 정신은 스티브 잡스의 사고 전환을 통한 혁신 추구 정신과 상통한다. 정주영 회장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창조적 기업가 정신을 실천했지만, 그가 회사 경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시장 신뢰’였다. 정주영 회장은 1938년 쌀가게로 사업을 시작해 자본을 축적했으며, 6·25전쟁 중에도 현대건설과 현대자동차공업사 등으로 도약을 거듭했다. 전쟁 복구 사업의 본격적인 추진은 현대건설에 기회였다. 1953년에는 대구~거창 간 고령교 복구공사를 수주했는데 당시 정부 발주 공사로는 최대 규모였다. 하지만 이 공사가 잘 나가던 현대건설 경영에 큰 타격을 안겨주었다. 극심한 낙동강의 수심 차이, 장비 부족, 잦은 홍수 등으로 공사는 진척되지 않았고, 급격한 물가 폭등으로 기름 단가가 700환에서 4,500환으로 뛰었다. 정주영 회장은 자신의 재산은 물론이고 친인척 자산까지 모두 팔아 공사비를 충당했다. 가족들이 거리로 나앉게 될 판이었지만 그는 ‘기업하는 사람은 신용이 생명’이라며 끝까지 맡은 공사를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7,000만 환의 적자를 보고서야 완공할 수 있었다.
자신의 모든 자산을 투입해 지킨 신용은 현대건설 성장의 기반이 되었다. 현대건설은 고령교 공사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전후 복구 공사를 정부로부터 잇따라 수주하며 도약했다. 정주영 회장은 이 경험을 통해 ‘충분한 장비와 정교한 계획 없이 무작정 도전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교훈과 함께 신용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것이다.
정주영 회장과 스티브 잡스는 활동한 시대와 분야가 각기 달랐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혁신과 신뢰라고 할 수 있다. 스티브 잡스는 기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허물며 사용자 경험을 혁신했고, 정주영 회장은 불굴의 도전 정신과 시장 신뢰를 바탕으로 한국 경제의 발전을 이끌었다.
스티브 잡스의 창의적 경영은 그의 독창적 사고와 완벽주의에서 출발했다. 그는 제품의 작은 버튼 디자인까지 신경 쓰며, 사용자가 느끼는 모든 경험을 중요시했다. 또한, ‘창조적 파괴’를 통해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전략을 추구했다. 이런 접근이 애플을 뉴욕 증시 시가 총액 1위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의 혁신 철학은 애플에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으며, 기술적 진보와 더불어 소비자의 삶의 방식을 바꾸는 데 기여하고 있다.
정주영 회장은 도전과 신뢰를 바탕으로 현대그룹을 세계적인 건설, 자동차 회사로 성장시켰다. 그는 항상 현장에서 직원들과 소통하며 문제를 해결하고, 도전 과제를 직접 해결하려는 자세를 보였다. 정주영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도전 정신과 신용을 지키려는 의지로 한강의 기적을 주도했다. 정주영 회장이 주도한 경부고속도로 건설은 당시로서는 우리나라 최대의 토목공사였다. 3년 내에 400km가 넘는 고속도로를 건설한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도전이었다. 정주영 회장은 도전 정신을 토대로 신뢰를 지키기 위해 현장에서 진두지휘했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과감한 중장비 도입으로 착공 2년 5개월 만에 국가 산업의 핏줄 역할을 담당할 경부고속도로를 완공했다.
스티브 잡스는 ‘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명언을 남기며, 항상 새로운 지식을 갈망하고, 겸손하게 배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정신을 나타낸다. 정주영 회장은 ‘기업하는 사람은 신용이 생명’이라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신뢰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들의 삶과 그 속에 녹아 있는 정신은 우리에게 영감을 준다. 정주영 회장과 스티브 잡스는 도전과 혁신, 신뢰로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었고, 나아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었다. 그들의 정신을 본받아 어려움 속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찾고, 신뢰를 지키며 나아가 할 것이다. 위기는 언제나 우리 주위에 있으며, 우리에게 다가오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다. 기업이 위기에 처했다고 느낄 때 존경받는 선배 경영자들의 대처법을 상기해보면 어떨까? 스티브 잡스의 혁신과 정주영 회장의 도전과 신뢰가 여러분을 위기에서 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