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놀 대체하는 친환경 ‘카다놀’을 만들다
케미폴리오 이철원 대표
최근 세계 시장에서는 기후변화 대응, 저탄소·탄소중립 트렌드가 대두하면서 친환경은 선택 사항이 아닌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지속 성장을 위한 시대적 흐름이자, 더 나은 지구와 미래를 향해 나아갈 방향이기도 하다. 화학 분야도 마찬가지다. 케미폴리오는 페놀을 대체하는 캐슈너트 껍질에서 추출한 카다놀을 활용해 대체 화학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케미폴리오가 초고순도 '카다놀'을 바탕으로 바이오 소재로 개발·생산해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 날 수 있었는지 알아보자.
친환경 바이오소재 전문기업, 케미폴리오를 이끄는 이철원 대표는 다소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후 미국계 증권, 보험사 등의 재무 분야에서 오랜 시간 근무했다. 이후 호주에서 회계학 및 금융공학석사를 받고, 회계사로 일했다. 안정적이고, 평탄 했던 길 대신 새로운 도전을 위해 창업을 했다.
이철원 대표는 바이오매스 관련 무역 및 바이오중유 제조업 운영하며 각종 바이오매스 무역을 통한 친환경산업에 대한 이해, 바이오에너지 제조를 통한 제조업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지구온난화에 대비한 전 세계적 탄소중립 정책의 가속화에 따른 석유기반산업에서 친환경산업으로 전환이라는 시대적 변화를 선도하기 위한 결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에 2019년 4월, ‘바이오케미컬’로 환경과 세상을 보호하겠다는 사명감으로 ㈜케미폴리오를 창업했고 부산에 자리를 잡기로 했다. 그 이유는 화학회사가 모여있는 울산과 가깝고 수입·수출 같은 물류 측면 이점을 고려했을 때 부산이 적합하다고 판단해서였다.
이에 부산 창업회사가 자리 잡은 부경대 용당캠퍼스에서 케미폴리오의 문을 열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콩, 옥수수 등 다른 바이오매스 원료는 페놀과 분자구조가 전혀 다르기에 활용 분야가 한정적이다. 반면 케미폴리오의 핵심이 되는 카다놀은 캐슈너트 껍질 기름으로 환경오염, 인체 유해성 등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석유화학 기반 소재인 페놀 및 페놀기반 화학 제품을 휘발성 유기화합물(Volatile Organic Compounds: VOCs)이 발생하지 않는 식물 기반 소재로 분자구조가 석유화학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원료 중 하나인 페놀과 유사하다. 이런 강점을 가진 카다놀은 활용성이 뛰어나 화학 대체제로 그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할 거라는 믿음으로 친환경 바이오기반 제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오랜 연구 끝에 케미폴리오는 USDA(미국농무성) Bio based 100% 인증을 획득하였으며, 국내 여러 파트너사와 함께 다양한 제품을 개발 및 제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카다놀을 활용해 에폭시 희석제, 경화제 등을 개발해 왔다. 그리고 현재 바이오폴리올, 바이오아크릴레이트 등으로 그 적용 분야를 넓히는 중이며, 그 외에도 여러 분야에서 기존 페놀 등을 이용한 석유화학제품을 대체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철원 대표는 카다놀을 활용한 제품들이 상용화되어 더이상 ‘인체에 유해한 페놀 성분 검출’, ‘페놀 유출’ 등의 말들이 사라지길 바라는 꿈을 꾼다고 전했다.
케미폴리오는 국내 산업계에서도 활용도가 높은 카다놀 원료에 대한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국산화하기 위한 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 결과 최근 케미폴리오는 국내 최초로 친환경 에폭시 원료인 바이오카다놀의 고순도화를 성공했다. 사실 기존에도 카다놀을 활용한 여러 제품이 개발되어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카다놀은 베트남, 중국 등에서 단순한 공정을 통해 제조한 불순물이 상당히 섞여 있어 화학반응 시 부반응, 이상 반응들이 나타난다. 또한, 불순물로 인한 인체 유해성 문제도 있어, 그 사용이 제한된다. 그러나 케미폴리오가 개발한 고순도 카다놀은 화학반응 시 부반응, 이상 반응을 최소화하고, 인체 유해성도 거의 발현되지 않아 각종 고정밀 화학제품에 활용될 수 있다. 국내에서 고순도 카다놀 원료 생산이 가능한 업체는 케미폴리오가 유일하며, 카다놀 등 화학 소재와 관련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창업 당시 카다놀을 석유화학제품의 대체제로 활용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카다놀을 다른 비식용성 식물자원, 해상자원으로 확장해 석유화학 원료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환경보전에 기여하며 기업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예정이다. 이철원 대표는 그로 인해 더욱 살기 좋은 지구를 만드는데 기여하는 것이 케미폴리오의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기술이나 제품에 대해 관심이 높다. 이에 케미폴리오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바이오매스 기반 화학제품의 탄소배출권을 획득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탄소배출권이란 기업, 기관 등이 일정량의 이산화탄소나 기타 온실 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로 정부나 국제기구에 의해 발행된다. 할당받은 탄소배출권보다 적게 배출할 때 다른 기업에 팔 수 있으며 반대로 초과 배출 시 살 수도 있는 권리이다.
기존 바이오매스 기반 친환경에너지는 사용 시 탄소배출권이라는 혜택을 받는다. 그러나 바이오매스 기반 화학제품은 아직 그런 개념이 성립되지 않아 탄소배출권이 적용되지 않는다.
케미폴리오는 이러한 바이오매스 기반 화학제품의 생산과정, 즉 원료 작물 재배부터 사용까지 절약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를 규격화하고 정량화하는 것을 계획 중이다. 이런 정량적 계산 및 인증을 통한 탄소배출권을 부여함으로써 당사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 기업이 추가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친환경제품의 지속적인 사용 및 수익확보가 실현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인 것이다.
케미폴리오는 창립할 때만 해도 ‘틈새시장’을 노리고 시장에 진입했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에 따라 ‘틈새시장’은 ‘블루오션’으로 진화하고 있다. 즉 특정한 성격을 가진 소규모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목표를 설정해 남들이 아직 모르는 빈틈을 찾아 공략하는 ‘틈새시장’을 목표로 했지만, 이제는 아이디어의 변화와 혁신으로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수요를 창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블루오션’의 선도자가 된 것이다. 그로 인해 10년도 되지 않아, 작은 벤처기업이 성장해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기술력으로 친환경 화학 시장을 주도할 수 있었다. 또한, 살기 좋은 지구를 만들려고 하는 사명감을 가지고 젊은 패기와 신선함, 사고의 유연성을 가진 직원들과 오랜 대기업 근무를 통한 경력을 가진 직원들이 함께한 방향으로 노력하며 연구하며 성장했기에 가능했다.
케미폴리오는 창립 이후 수익 창출보다는 연구를 중심으로 기업을 다년간 운영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 인력 인건비 및 연구 관련 비용 등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또한, 케미폴리오는 연구 가치와 연구 역량을 인정받아 시리즈벤처스, 신용보증기금, 미래과학기술지주, 한국과학기술지주, 롯데벤처스로부터 20억 원 규모 프리 시리즈 A 투자 유치 등 여러 번의 투자, 보증, 지원 등을 받을 수 있었다. 그 결과 지금까지 회사를 운영하며 여러 독창적인 기술들을 보유하게 되었고, 많은 제품을 상용화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올 해도 투자연계형 R&D 사업 스케일업 기술사업화 프로그램 BM기획 과제 수행기업으로 선정되어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철원 대표는 한곳에 머물러있지 않고 항상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여 성과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하는데, 이런 투자들이 있어 가능한 것 같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앞으로 혁신적인 제품과 기술을 만들고,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고 전했다. 유해 물질이 없어 친환경 원료로 향후 지속적인 수요가 예상되는 ‘카다놀’을 재료로 케미폴리오가 만들어 낼 미래와 도전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