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영 환경의 급변에 따라 중소·중견기업의 글로벌화가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본고는 글로벌화 잠재력의 컨스트럭트를 활용하여 우리 제조업의 글로벌화 특성을 분석하고 글로벌화 정책 개선과 관련된 방안을 제시하였다.
산업의 글로벌화 잠재력에 관한 분석 결과는 글로벌화 혼란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글로벌화 정책을 개선하고 산업정책과의 연계를 강화해야 하는 정책 당국에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다. 글로벌화 잠재력이 다름을 감안할 때, 정부는 산업별 글로벌화 잠재력의 특성에 적합하도록 글로벌화 정책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화 잠재력에 따라 구분된 4개 유형의 산업군별로 중소·중견기업 글로벌화 정책 규모, 정책 내용을 맞춤화·차별화하며, 업종별 글로벌화 잠재력의 차이를 활용하여 우리나라 글로벌화를 주도할 수 있는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산업별 해외 진출 시장 정책을 더욱 정교하게 운용함으로써 글로벌화 정책의 효율을 높여야 할 것이다.
이 영 주
중소벤처기업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
(044-287-3048, yjlee@kiet.re.kr)
1) 본고는 이영주 외(2022), 「넥스트노멀 시대 중견기업 글로벌화 전략 및 정책과제」(산업연구원)의 일부 내용을 참조하여 작성하였다.
글로벌화는 우리 중소·중견기업 성장의 핵심 전략인 만큼 정책적 중요성이 매우 크다. 그러나 2010년대 이후 글로벌 산업 및 정책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글로벌화와 관련된 불확실성은 지속해서 커지고 있다.2) 예컨대 팬데믹 이후 주요국들은 GVC(Global Value Chain) 경쟁 과정에서 자국 이익 중심의 산업정책이 가미된 통상정책을 강화함에 따라 기존의 글로벌화 질서는 파괴되고 탈글로벌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디지털 대전환의 경우도 글로벌 디지털 기업의 승자독식 체제를 강화시키는 반면에, 개도국 기업의 글로벌 성장 사다리를 약화시킴으로써 글로벌화와 관련된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3) 이와 같은 글로벌화 환경의 급변은 과거 글로벌화 안정기에 확립된 기존 정책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그 결과 다각적인 정책 지원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의 글로벌 역동성은 약화되고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화 혼란기를 넘어설 수 있도록 선도하기 위한 글로벌화 정책 개선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화 혼란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외부 환경 변화에 조응할 수 있는 정책 방안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로벌 기업의 활약이 활발했던 과거의 안정기에는 기업 내부 역량 확충 중심의 정책이 중요했지만, 최근과 같이 기업 생존을 위협하는 혼란기에는 기업 외부 환경에 적응하도록 지원하는 정책에 무게를 실을 필요가 있다. 외부 환경 변화에 의한 불확실성을 줄여줄 수 있는 정책 기능을 중심으로 정책 자원 배분이 최적화되어야 글로벌화 정책의 효율이 높아질 수 있다.
외부 환경 변화를 분석하기 위한 도구로 글로벌화 잠재력이라는 컨스트럭트를 활용할 수 있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4) 산업의 고유한 특성 때문에 글로벌화 잠재력 수준은 산업별로 각각 다르다. 외형적으로 나타난 글로벌화 실적은 글로벌화 잠재력이 발현된 결과이다. 글로벌화 전략이나 정책은 산업별로 정해져 있는 글로벌화 잠재력에 맞춤화되어야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정책 당국은 정책 추진에 앞서 산업별 글로벌 잠재력의 강도를 파악해야 하며, 이에 맞추어 정책 자원과 정책 내용을 조정함으로써 정책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본고는 기존 문헌 연구를 통해 산업별 글로벌화 수준 분석을 위한 도구를 발굴하고 우리 산업의 글로벌화 수준을 분석하고자 한다. 분석 결과가 중소·중견기업 글로벌화에 어떠한 함의를 내포하고 있는지를 살펴본 후 정책 개선과 관련된 사항을 제안하는 것이 주요한 연구 목적이다.
2) Contractor(2022), “The world economy will need even more glo-balization in the post-pandemic 2021 decade”, Journal of Interna-tional Business Studies, 53; Petricevic&Teece(2019), “The struc-tural reshaping of globalization: Implications for strategic sectors, profiting from innovation, and the multinational enterprise”, Jour-nal International Business Studies, 50.
3) Luo(2021), “New OLI advantages in digital globalization”, Interna-tional Business Review, 30.2.
4) Jenny Hillemanna and Michael Gestrin(2016), “The limits of firm-level globalization: Revisiting the FSA/CSA matrix”, International Business Review, 25(3); Makhija et al.(1997), “Measuring glo-balization of industry using a national industry approach”, Journal of International Business Studies, 4Q; Yip George(1992), “Total Global Strategy”, PRENTICE HALL; M. E. Portor(1990), The com-petitive advantage of nations, The free Press.
글로벌화는 ICT와 물류 기술의 발달로 국내외 시장이 연결됨으로써 국내시장이 전 세계 시장과 통합되는 현상을 말한다. 글로벌화 현상은 상품 및 자본의 국경 간 이동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수출 및 해외직접투자의 흐름을 통해 중소·중견기업 글로벌화 현황과 특징을 살펴보고자 한다.
중소기업 수출 현황은 다음과 같다(<표1> 참조). 2022년 기준으로 수출중소기업 수는 9만 4,615개이며 전체 수출기업의 96.7%를 차지한다. 수출중소기업 간에는 규모의 편차가 크다. 연간 수출 규모가 500만 달러 초과의 글로벌 강소 중소기업들이 주력 수출기업인데, 이들은 수출중소기업 수의 5%를 차지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수출보다 내수에 치중하는 경향이 높아서 총매출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내외 수준으로 높지 않다.
〈표1〉 연도별 중소기업 수출 현황
단위: 억 달러, %
2022년 중소기업 수출액은 1,133억 달러이며, 총수출의 16.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2019~ 2022년 기간에는 연평균 4.3%씩 증가하였으나,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 비해 증가 폭이 작은 특징을 보였다. 업종별로 보면(<표2> 참조), 자동차 부품, 반도체 제조용 장비, 자동차, 기타 기계류 등에서는 중소기업 수출이 전년 대비 6.2~18.2% 범위 내에서 증가하였다. 이처럼 중소기업 수출 실적은 연도나 업종에 따라 각각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표 2〉 2022년 10대 품목별 중소기업 수출 현황
총수출 기준 10대 품목
단위: 억 달러, %
중소기업 수출 기준 10대 품목
단위: 억 달러, %
중견기업은 중소기업에 비해 기업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기업군이다. 2021년 기준으로 5,480개의 중견기업이 활동 중이다. 중견기업은 자동차, 화학, 금속, 전자 등 우리 주력산업의 허리를 담당하고 있다. 중견기업은 글로벌화를 지향하는 기업군이다. 예컨대 2021년에 중견기업 중 42% 는 수출기업이며, 해외법인 보유의 중견기업은 43.4%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1.2%에 해당하는 수출 중견기업이 총수출액의 18.2%를 창출하고 있다. 중견기업의 글로벌화 지향성이 높은 배경에는 내수시장만으로는 중견기업의 몸집에 해당하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힘든 상황이 자리하고 있다. 예컨대 중견기업은 산업별로 구체적인 전문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만큼 관련 내수시장의규모는 협소하다. 따라서 중견기업이 지속 가능 성장을 하려면, 협소한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신성장동력의 발굴이 가능한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은 필수적이다.
한편, 우리나라 해외직접투자는 2022년에 815억 달러의 실적을 나타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20년에 해외직접투자 금액이 전년 대비 10.3% 감소하였으나, 2021년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하여 2019~2022년 기간에 연평균 12.1%의 증가율을 보였다. 중소기업 해외직접투자 금액은 2022년 131억 달러에 달하여 총해외직접투자액 의 16.1%를 차지하였다. 중소기업 해외직접투자는 코로나19 이후 감소하여 2019~2022년 동안 연평균 11.7%의 감소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동안 중소제조 업종의 해외직접투자는 증가세를 지속하여 연평균 16.4%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중 전기장비, 전자 부품, 화학, 1차 금속 등의 업종에서는 2019~2022년 연평균 해외직접투자 증가율이 23.0%~52.5%에 해당할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였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에 따르면, 우리 중소·중견 기업의 글로벌화 관련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하다는 것이다. 2019~2022년 기간 동안 중소기업(4.3%)과 중견기업(9.8%)은 수출증가율을 보였으나, 전 세계 수출증가율인 13.0%에 밑돌고 있다. 이와 같은 수출 부진은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5) 중견기업 중에서도 해외법인을 소유하거나 대기업의 벤더에 해당할 정도로 규모가 클수록 글로벌화 실적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이는 기업의 규모에 따라 글로벌화 활동의 수준과 내역이 깊어지며, 성과 차이도 커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글로벌화 정책은 보편적이고 획일적이기보다는 글로벌화에 특성화된 산업과 기업군에 맞춤화된 정책이 차별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
5) 통계청의 2022년에 발표한 기업 특성별 무역통계에 따르면, 중소기업 규모가 250인 이상인 경우 하위 규모의 중소기업에 비해 총수출의 감소 시기에는 수출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작고 총수출 증가 시기에는 수출 증가 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3. 우리 산업의 글로벌화 잠재력 특성 분석
(1) 산업의 글로벌화 잠재력과 기업의 글로벌화 활동
성공적인 글로벌화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에는 두 가지 접근법이 존재한다. 하나는 기업이 글로벌 경쟁 압력을 압도할 수 있을 정도로 우월한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관점이다. MS, 구글과 같이 막강한 내부 자원과 경험을 토대로 글로벌화를 주도하는 대기업에 적합한 전략이다.6) 동 전략은 기업 내부 역량 강화 중심의 정책이 필요하다. 다른 하나는 글로벌 경쟁 압력과 같은 외부 환경에 적합한 글로벌화 전략을 추진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관점이다.7) 특히 기업의 외부 환경에 해당하는 산업의 글로벌화 잠재력은 산업별로 달라서 기업은 잠재력 수준에 맞추어 글로벌화를 전개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예컨대 산업별로 고유한 글로벌 경쟁 압력은 글로벌화 잠재력에 영향을 미친다. 국가 고유의 선호나 입맛 면에서 차별성이 높은 내수형 산업(예: 식품 산업)은 외국기업이 진입하기가 쉽지 않고 내수시장에서 높은 인지도를 갖춘 내수기업에 의한 경쟁압력의 강도가 강한 만큼 글로벌 산업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잠재력은 상대적으로 낮다. 반면에 세계적으로 소비자 욕구가 공통화되어 있는 전자산업의 경우에는 글로벌 시장 석권을 위한 기업의 해외 진출이 활발하고 기업 간 글로벌 경쟁 압력이 높아서 타 산업에 비해 글로벌화 잠재력이 높은 산업이다.
따라서 기업정책 당국은 자국 기업이 활동하고 있는 산업별로 고유한 글로벌화 잠재력을 파악하고 이에 맞추어 정책 내용과 정책 규모를 차별화하는 맞춤형 정책을 강화해야 글로벌화 정책 성과와 기업의 정책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만약 산업이 가지고 있는 글로벌화 잠재력보다 낮은 수준에서 글로벌화 전략이 추진된다면, 해당 기업은 잠재적 글로벌화 이익을 상실할 수 있다. 예컨대 제품 표준화가 가능할 정도로 글로벌화 수준이 높은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낮은 수준의 제품 표준화를 통한 글로벌화를 전개할 경우 글로벌 원가절감의 경쟁우위를 상실할 수 있다. 반면에 글로벌화 잠재력보다 높은 수준에서 글로벌화 전략이 실행되면, 글로벌화 자원 낭비에 의한 전략적 불이익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기업 글로벌화를 위한 정책 지원도 산업 고유의 글로벌화 잠재력 수준에 맞추어 시행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맞춤형 글로벌화 정책을 위해서는 산업별 글로벌화 잠재력을 분석할 수 있는 틀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글로벌화 잠재력 분석 틀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글로벌화 속성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글로벌화는 국내시장과 해외시장 간 연결(Global Linkage: GL)과 통합(Global Integration: GI)의 과정이다. 생산과 판매와 같은 기업 활동의 연결이 높아질수록 국내시장과 해외시장 간에 차별성이 낮아지고 국가 간 시장 통합이 진전됨으로써 궁극적으로 글로벌화 잠재력이 높아진다.8) 예컨대 해외 자회사가 생산한 소재 부품의 투입 비중이 높은 완제품을 생산할 정도로 국내외 시장 간에 부가가치 활동 간 연계성이 높을 경우 시장 간 통합이 강하며, 생산 제품의 해외 판매 비중이 높을수록 국내외 시장 간 연결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시장 간 통합과 연결성이 높은 산업일수록 해당 산업의 글로벌화 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본고는 국내외 산업 간 연결성(GL)의 대리지표로 매출액 대비 수출 비중을, 국내외 시장 간 통합(GI)의 대리지표로 산업 내 무역지수 (IIT)를 각각 사용하여 글로벌화 잠재력을 분석한다. 분석 대상 업종은 한국표준산업분류(KSIC)에 의해 분류된 23개 제조 업종이다. 업종별로 GL과 GI를 각각 측정함으로써 산업의 글로벌화 특성에 대한 비교가 가능하다.9) 제조 업종별 글로벌화 잠재력(Globalization Potential, GP)의 크기는 평면상 GL과 GI와 벡터의 크기를 통해 측정한다.10) GL과 GI를 사용하여 우리 산업의 글로벌화 잠재력의 특성을 분석하기 위한 전략 매트릭스를 제안하면 <그림1>과 같다.
〈그림1〉 글로벌 연결(GL)과 글로벌 통합(GI)에 의한
글로벌화 산업 특성 구분
6) Barlett and Goshal(2002), Managing across border, Harvard Busi\-ness School Press; Prahalad, C.K. and Doz, Y.L.(1987), The mul\-tinational mission: Balancing local demands and global vision, Free Press, New York; Collier Macmillan, London.
7) Luo and Witt(2022), “Springboard MNEs under de-globalization”, Journal International Business Studies, 53; Yip George(1992), Total Global Strategy, PRENTICE HALL; M. E. Portor(1990), The competitive advantage of nations, The free Press.
8) Makhija et al.(1997), “Measuring globalization of industry using a national industry approach”, Journal of International Business Studies, 4Q.
9) 본 분석에 사용되는 무역통계는 UN 무역통계를 사용하며, 무역통계의 코드를 KSIC 제조업 분류코드와 매칭하여 23개 산업별 무역통계를 주요국 별로 산출하여 분석에 사용한다. GI 측정은 통계청의 23개 제조 업종별 생산통계와 제조 업종별로 측정된 무역통계를 사용한다. 업종별 GL= 수출액/매출액, 업종별 GI=산업 내 무역지수(IIT).
10) GP= ( GL2 + GI2 )1/2
1사분면에 해당하는 산업은 글로벌 연결성이 높으나, 아직 내수 기반 비중이 높은 산업이다. 동 산업은 글로벌 기업보다 내수기업 중심의 글로벌화 경쟁이 높은 산업인데, 수출 중심의 글로벌화 활동이 활발한 산업이다. 2사분면의 산업은 글로벌 연결과 글로벌 통합 수준이 둘 다 높은 글로벌 산업이다. 동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들은 해외시장 진출에 주력하지만, 각종 부가가치 활동에 대한 글로벌 플레이어와의 공유에도 관심이 크다. 따라 서 동 산업에서는 글로벌 기업 간에 경쟁이 거세며, 거센 경쟁 압력이 글로벌화 잠재력을 높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센 경쟁 압력에 밀려 기업들이 글로벌화에 주저하거나, 관련 정책 지원이 충분치 못할 경우 전략적 이익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3사분면의 산업은 내수에 기반을 두고 있으나, 해외 생산, 해외 부품 사용 등과 같은 글로벌화 활동에 의해 글로벌 시장과의 통합 수준이 높은 산업이다. 동 업종에서는 수출용이나 내수용 부품소재의 역수입을 위한 현 지법인 활동이 전개되지만, 해외시장보다는 내수 시장에서 매출 활동이 더욱 활발한 산업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4사분면의 경우는 글로벌화 잠재력이 가장 낮은 내수 중심 산업이다. 동 산업에 종사하는 중소기업들은 내수를 겨냥한 경영활동에 더욱 주력할 것이다. 따라서 동 산업에서는 과도한 정책 지원이 정책 자원의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 이와 같은 특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산업의 글로벌 특성에 맞춤화된 정책 지원이 강화되어야 글로벌화 정책의 효율이 높아져서 글로벌화 정책 성과도 양호해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2) 글로벌화 잠재력의 업종별 특성 및 변화
우리 산업의 글로벌화 잠재력 특성에 대해 23개 제조 업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내수 중심 산업의 특성을 가진 업종이 4개, 내수 기반 글로벌 통합산업의 특성을 가진 업종이 16개, 글로벌 연결과 글로벌 통합 기반의 글로벌 산업 특성을 가진 업종이 3개이며, 내수 기반 글로벌 연결 산업의 특성을 가진 업종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3> 참조).
〈표 3〉 글로벌화 잠재력 특성에 따른 우리 산업의 유형화(2020년)
자료: 이영주 외(2022).
식료품, 의복, 가죽제품, 목재와 같은 생활 산업은 국가 고유의 차별적 니즈나 선호가 높아서 아직 글로벌 시장과의 연결이나 통합이 낮은 내수 중심 산업이다. 동 유형에 종사하는 중소·중견 기업들은 글로벌화에 관심이 있지만, 우선 국내 시장에서의 비즈니스에 주력할 공산이 크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정책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동 유형에 속한 중소·중견기업들에 대한 글로벌화 정책의 성과는 제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 유형의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이 강화될 경우 정책 자원 낭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책적 조정이 필요하다.
글로벌 시장과의 연결은 약하나, 글로벌 통합이 강하여 내수 기반 글로벌 통합산업의 특성을 가진 업종은 16개로 가장 많다. 여기에는 자동차, 화학, 기계, 전기, 금속/비금속 등 우리나라 주요 산업의 세부 업종들이 대부분 포함되어 있다. 동 업종의 중소·중견기업들은 다양한 이유 때문에 아직 내수 중심의 비즈니스를 하고 있으나, 수출용 제품에 장착할 소재 부품의 수입이나 현지법인과 같은 글로벌화 활동에 관심이 높은 기업군이다. 따라서 동 업종에서의 글로벌화 촉진은 해당 중소·중견기업의 글로벌 인지도뿐만 아니라 GVC 편입 확대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 산업 자체의 경쟁력에도 기여할 수 있다.
2020년 기준으로 글로벌화 잠재력이 가장 높은 글로벌 산업에는 전자 부품·컴퓨터·통신장비 등, 의료·정밀기기 등, 기타 운송기계의 3개 업종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 업종은 내수보다는 글로벌 시장 지향적이다. 따라서 동 업종의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글로벌화 정책은 강화되어야 한다. 특히 동 업종의 중소·중견기업들은 글로벌 연결과 글로벌 통합 수준이 높은 글로벌화 활동을 하는 만큼 정책 지원의 내용이 다른 업종보다 더욱 고도화되고 차별화된 방식으로 맞춤화될 필요가 있다.
한편, 산업의 글로벌화 잠재력이 시간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 정책 당국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2015년에 내수 기반 글로벌 연결 산업이었던 기타 운송장비는 2020년에는 글로벌 산업 의 특성을 보였다. 이외에도 같은 기간에 기타 운송 기계는 내수 기반 연결산업에서 내수 기반 글로벌 통합산업으로, 섬유제품은 글로벌 산업에서 내 수 기반 글로벌 통합산업으로 글로벌화 잠재력의 특성이 각각 달라진 것으로 분석되었다(<그림2> 참조). 이는 산업의 글로벌화 잠재력이 시간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모니터링되어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전환과 같이 산업 전환의 이슈를 담은 외부환경 요인이 산업의 글로벌화 잠재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심도있게 분석되어야 한다.
〈그림2〉 한국의 제조 업종별 글로벌화 잠재력 특성의 연도별 변화
자료: 이영주 외(2022).
(3) 업종별 글로벌화 잠재력에 대한 주요국별 비교
특정 산업의 글로벌화 잠재력 수준은 국가별로 다르다. 글로벌화 잠재력의 수준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연결과 글로벌 통합의 과정은 국가별·산업별로 동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소·중견기업들은 글로벌화 잠재력이 높은 국가 산업에서는 글로벌화 전략을 강화하는 반면에, 글로벌화 잠재력이 낮은 국가의 산업에서는 글로벌화 전략을 보수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글로벌화 전략의 촉진을 위해서는 정책 당국은 주요 국별 산업의 글로벌화 잠재력 수준에 관한 정보를 주기적으로 공급함으로써 중소·중견기업 이 최적의 글로벌화 전략을 시행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본고는 한국과 주요 해외 진출 후보국(미국, 중국, 일본, 베트남)을 대상으로 업종별 글로벌화 잠재력 수준을 예시적으로 비교·분석하였다. 이러한 분석을 참조하면, 한국의 중소·중견기업들은 한국 시장보다 글 로벌화 잠재력이 우위에 있는 해외시장을 발굴할 수 있다.
2020년 기준의 국별 글로벌 연결과 글로벌 통합으로 측정한 글로벌화 잠재력에 관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표4)>10) 주요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글로벌화 잠재력이 가장 높은 업종은 섬유, 의료용 물질 및 의약품, 1차 금속, 전자장비, 기타 기계 및 장비 등 5개가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8개 업종에서는 우리나라보다 미국, 중국, 베트남, 일본의 글로벌화 잠재력이 더 컸다. 특히 베트남의 경우 담배, 의복, 가죽가방, 비금속광물 제품, 전자 부품, 기타 운송장비 등 글로벌화 잠재력이 1위인 업종이 6개로 가장 많았다. 2015년과 2020년에 대해 글로벌화 잠재력 1위 업종의 수를 주요국별로 비교해 보면, 중국과 일본은 수적으로 감소한 반면에, 베트남은 그 수가 증가하는 특징을 보였다
〈표 4〉 주요국 간 업종별 글로벌화 잠재력의 연도별 비교
자료: 이영주 외(2022).
주: 제조 업종 수는 23개이며, 업종에 따라 1위 국가가 중복되기도 함.
주요국 대비 우리나라의 글로벌화 잠재력이 높은 업종은 세계 산업의 성장을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글로벌 중추 산업이다. 따라서 정부는 해당 업종에 종사하는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Inward와 Outward의 양방향에서 우리 산업 및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수 있는 종합적 지원 대책을 강구할 수 있다. 우리나라보다 주요국들의 글로벌화 잠재력이 높은 업종에서는 해외시장 진출 중심의 글로벌화정책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 비해 업종별 글로벌화 잠재력의 순위가 높은 국가는 우선 진출 대상국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11) 해외 각국의 글로벌 연결은 수출액/매출액의 지표가 사용되어야 하나, 해외 각국의 업종별 매출에 관한 자료 확보가 쉽지 않아서 업종별 수출 의존도(업종별 대세계 수출액/업종별 대세계 교역액)를 대리지표로 사용하였다. 글로벌 잠재력(GP)의 크기는 GP = (GL2 + GI2)1/2에 의해 측정하였다.
4. 중소·중견기업 글로벌화 정책에의 시사점
우리 산업의 글로벌화 잠재력에 관한 연구 결과는 산업별로 맞춤화된 글로벌화 정책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함으로써 중소·중견기업 글로벌화 정책의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그림3> 참조). 글로벌화 실적은 글로벌화 잠재력이 발현된 결과이다. 정기적으로 보고되는 글로벌화 실적은 수치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글로벌화 잠재력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분해되고 해석될 경우 기존 정책에서 탐지하기 어려운 정책 이슈의 발굴이 가능해짐으로써 글로벌화 정책의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글로벌화 잠재력의 컨스트럭트는 기업의 글로벌화 정책과 산업정책을 연계해 줄 수 있는 연결자가 될 수 있다. 그간 글로벌화 정책은 기업역량에 대해서는 감안하고 있으나, 산업의 고유한 특성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글로벌화 잠재력 분석을 활용하면, 글로벌 중추산업이 될 수 있는 산업군 등 글로벌화 정책 측면에 서 전략 산업의 발굴이 가능하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글로벌화 전략 산업의 유형에 맞추어 정책 대상 기업의 선별, 지원 규모, 지원 수단, 지원 내용을 차별화하고 맞춤형 지원(<그림 3>)을 강화함으로써 산업정책과 기업정책 간 연계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중소중견기업은 자신이 속한 산업의 글로벌화 잠재력 수준에 맞추어 글로벌화 역량을 확충하고 최적 시장을 발굴하는 등 전략 자산의 몰입 정도를 조절함으로써 글로벌화 전략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주요국과의 글로벌화 잠재력을 비교한 연구 결과를 참조하면 산업별로 우리나라 글로벌화 정책의 표지셔닝을 할 수 있다. 예컨대 전자 부품·컴퓨터·영상·음향·통신장비, 의료·정밀·광학기기· 시계, 기타 운송장비와 같은 글로벌 산업으로 구분된 업종이나, 섬유, 의료용 물질 및 의약품, 1차 금속, 전기장비, 기타 기계 및 장비와 같이 우리나라의 글로벌화 잠재력이 우수한 업종은 글로벌 중추산업으로의 성장 전망이 양호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동 업종을 우리나라 글로벌화의 주력 업종으로 선정하고 동 업종에서 글로벌화 활동을 수행하는 중소·중견기업을 집중 지원함으로써 글로벌화 성과를 높여나갈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업종별로 주요국 간 글로벌화 잠재력 수준을 비교한 결과는 글로벌 공급 망(GVC) 재편 또는 GVC 진영화에 대한 윤곽을 사전적으로 파악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예컨대 업종별로 글로벌화 잠재력이 가장 우수한 국가일수록 해당 업종의 GVC를 주도할 공산이 크다. 이러한 결과를 참조하여 우리 중소·중견 기업들은 업종별로 자신에 적합한 GVC를 예비적으로 식별하고 후속적으로 실제적 타당성을 분석해 나감으로써 글로벌화와 관련된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산업별 글로벌화 잠재력에 관한 분석 체계는 우리나라 중소·중견기업 글로벌화 정 책과 전략의 효율을 높이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기업의 글로벌화 역량 확충 관점에서만 글로벌화 정책을 시행하지 말고 동시에 산업의 글로벌화 잠재력을 충분히 감안한 글로벌화 정책체계 구축에도 노력함으로써 우리나라 글로벌화 정책의 구조를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림3〉 산업의 글로벌화 잠재력 특성에 따른 정책 맞춤화 방안(예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