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리머 기술력으로 틈새시장 개척... 기회는 언젠가 온다
에이엠솔루션 황진택 대표
에이엠솔루션은 비트리머 기술을 기반으로 한 골프공 소재와 친환경 폼 소재, 자동차용 TPEE 소재 등을 통해서 기술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 중이다. 기술 중심의 기업이 되기 위해 10년을 연구개발에 몰두한 결실은 시장 점유율 95%의 경쟁 업체를 이기고 틈새시장을 개척한 성과로 연결되었다. 2019년 해외 첫 수출로 국내외 인지도가 높아진 이 회사는 2023년 약 62억 원(전년대비 430%증가)을 올렸고 98%가 수출이다. 현재는 글로벌 기업, 국내 대기업 및 1차 벤더에 소재 공급을 하고 있으며 고부가가치인 4피스(PC) 골프공의 맨틀용 제품을 개발 완료하고 품질평가 중이다.
환경과 인권을 중시하는 ESG 경영이 글로벌 화두가 되면서 제조업 분야에서도 친환경 소재들이 주목받고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산업 분야에서 쓰이는 플라스틱의 경우 열경화성 소재로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 성형 시 '가교(소재가 그물망처럼 얽힌 구조)'를 하기 때문에 열에 녹이면 녹아내리지 않고 전부 타버리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에이엠솔루션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화학 발굴을 통해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열가소성 플라스틱 소재를 개발했다. 단순한 열가소성 플라스틱은 탄성이 약해 기술을 응용하기 어려운 반면 에이엠솔루션이 개발한 '비트리머 기술'을 적용한 제품은 기존의 열경화성 고무처럼 탄성이 있으면서 동시에 재활용도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비트리머 소재가 쓰이는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골프공 및 폼 소재이다.
현재 이오노머 세계시장의 95% 이상은 다국적 화학기업인 D사가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오노머는 소재가 독특해 원료 소싱이 어렵고 고가여서 경쟁사가 쉽게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 때문에 에이엠솔루션이 처음 이오노머의 경쟁 소재를 개발하겠다고 하자 업계에서는 이를 다윗과 골리앗 싸움에 비유했다. 그만큼 경쟁력의 차이가 심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황진택 대표는 이러한 독점 시장에 도전하기 위해 非-이오노머 소재에 대한 기술개발에 집중했다. 그 결과 독자적인 ‘비-이오노머 테크놀로지 플랫폼(Non-Ionomer Technology Platform)’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고객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맞춤식으로 생산할 수 있는 소재 설계기술과 응용 솔루션을 상용화하게 된 것이다. 비-이오노머 기술을 반영한 비트리머의 특징을 간략히 요약하면 이렇다. 탄성이 좋은 소재의 대표 격인 고무는 재활용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비트리머의 경우 동적 가교 결합으로 고무와 같은 탄성이 있으면서 열에 쉽게 녹아 재활용이 가능하다. 비트리머는 2010년부터 새롭게 제안된 고분자 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기술로 오늘날에는 탄성과 내열성을 증가시키는 다양한 소재 분야에 응용되고 있다.
황 대표는 창업 전 삼성종합기술원에 근무할 당시 전자재료용 고분자를 다루던 엔지니어였다. LCP, PPS 등 이른바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개발을 담당했던 황 대표의 눈에 들어온 것이 이오노머 소재였다. 기술집약적 아이템인 이오노머는 용융점도와 용융강도가 매우 높고 내마모성과 탄성에 있어서 일반 엘라스토머에 비해 뛰어나다.
그는 이 기술이 시장성이 있을 거라는 판단으로 2004년 퇴사를 하고 2005년도 1월에 플라스틱 소재기업 E사에 연구소장으로 자리를 옮겨 글로벌 골프 브랜드인 '테일러메이드'와 연구개발 및 생산 판매를 담당하는 일을 했다. 창업 전 실전 경험을 쌓은 셈이다. 그러던 중 2007년 테일러메이드 사와 함께 5피스 골프공 소재의 개발 및 양산 판매를 하면서 고기능성 골프용품에 쓰이는 이오노머 기술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경험을 통해 에이엠솔루션을 창업한 것이 도전의 시작이다.
범용 및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분야는 가격경쟁력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현재 수익성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분야다. 생존을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혁신적인 신기술 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플라스틱 탄성 소재가 쓰이는 골프공 소재의 경우 국내에서 월 500톤이 넘는 물량이 유통되고 있지만, 현재 이오노머로 60년 동안 영업을 해온 D사가 독점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D사와 경쟁한다는 건 누가 봐도 무모한 결정이었다. 황 대표는 정면 승부 대신 틈새시장을 노렸다. 회사의 비-이오노머 기술로 3PC 이상 맨틀용 골프공 소재 시장을 노린 것이다.
오늘날 골프공 소재 분야는 저가형 2PC 시장보다 고가형 3PC 이상 시장에 제조업체들이 집중하고 있는 추세다. 3PC 골프공의 경우 2PC 대비 가격이 2배 이상 비싸고 부가가치가 높다. 3PC 골프공의 맨틀층이라고 불리는 핵심 영역에 필요한 소재는 비-이오노머 소재인 비트리머 기술을 특화시킬 수 있는 분야다. 에이엠솔루션은 기술 개발 후 상용화의 기회를 노리며 정부지원 사업에 참여하고 정전기 방지 기술을 접목시킨 제품을 시장에 내놓으며 ‘데스밸리’를 건넜다.
그러던 중 2021년 기회가 찾아왔다. 텍사스 한파로 현지 화학 공장들이 일시에 '셧다운'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폴리머 생산 공장은 셧다운이 되면 이후 보수 기간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전 세계 시장을 독점하던 D사의 생산 공정이 멈추자 비상이 걸린 골프공 제조 업계에서 에이엠솔루션에 연락을 해왔다. 비-이오노머 시장을 개척하게 된 계기였다.
에이엠솔루션은 비트리머 기술 플랫폼을 통해 신발 미드솔(Midsole)용 폼 소재 분야에도 진출했다. 재활용이 불가능한 미드솔을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대체하려는 글로벌 회사들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기술은 미국 MIT가 개발해 트렉셀 (Trexel)사가 상용화시킨 초임계유체 N2를 이용한 가스발포 공정이다. 에이엠솔루션은 현재 트렉셀 공법과 오토클레이브, 2가지 방식으로 신소재를 개발 중이다. 이오노머를 열가소성 엘라스토머와 혼합해 폼의 셀 구조를 조절하면 탄성이 높아지고 친환경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다. 현재는 해외 신발장비 업체 및 국내외 신발 업체와 협력해 개발 중으로 개발이 성공하면 2024년 하반기에 글로벌 신발 메이커에도 납품할 수 있을 예정이다.
탄성체 소재로 자동차용 TPEE 소재 분야에서도 기술 차별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자동차용 TPEE의 경우 상용화제의 일종인 AdfinTM을 부원료로 사용하여 내화학성 및 가교 성능을 높였다. 자동차의 충격 흡수 부품으로 쓰이는 이러한 비트리머 소재 개발로 2024년 상반기에 제품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황 대표는 기술 개발에 대한 학술적 연구와 현장에 적용하는 상업화 기술 연구를 동시에 진행했다. 산학협력 관계인 한양대학교 장영욱 교수 팀과 함께 특허를 만들어냈고 이후 상업화에 대한 기술은 자체적으로 진행했다. 에이엠솔루션은 비트리머 기술 기반으로 다양한 특허를 출원했다. 탄성체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황 대표를 포함해 박사급 2명, 석사 1명 등 직원 8명 중 7명이 고분자와 화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인재다. 사업 초기에는 연구개발에 집중하면서 매출을 조금 늦게 만들어 냈지만 2019년 해외 첫 수출로 국내외 인지도가 높아져 현재는 글로벌 기업, 국내 대기업 및 1차 벤더에 공급을 하고 있다. 2023년은 재작년 대비해서 4배 이상의 매출인 약 62억 원을 올렸다. 영입이익은 9%이다.
황 대표는 10년 간 골프공 소재에 집중한 것이 사업 성공 요인이라고 강조한다. 오직 비-이오노머 개발에 집중한 결과 비트리머 테크놀로지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고기능성 비-이오노머 제품 라인업을 갖추게 되었다는 것이다.
2019년 크라우드 펀딩으로 1억, 투자 매칭으로 1억, 엔젤 투자 등을 통해 5억을 받아 회사를 운영했으며, 이후 TIPS 주관사인 벤처스퀘어로부터 투자를 받고 이후 신보를 통해 10억을 투자받았다. 2023년도 7월에 에코프로 파트너스, 신한캐피탈 및 한국투자파트너스로부터 20억을 투자 받았다. 해외 수출 실적 달성 이후 .투자 규모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황 대표는 이오모머 소재가 적용되는 골프공 소재는 물론 포장재 등에 비-이오노머 소재를 대체하는 기술 개발 및 상업화를 진행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4차산업 및 5G 시장 트렌드에 맞추어 이오노머를 활용한 퀀텀닷 및 투명 LED 모듈용 Barrier 필름, 수분산 영구대전방지 코팅액, 태양광 봉지재, 저유전손실 복합소재, 2차전지 음극재 바인더 및 건식전극 연구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에이엠솔루션은 우수한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으로 2PC 골프공 커버용 표준 그레이드를 2019년 해외에 첫 수출하게 된 데 이어 현재는 고부가가치인 4PC 골프공의 맨틀용 제품을 개발 완료하고 품질평가 중이다. 2024년 매출 100억 이상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경기도 화성시에 첫 생산공장도 11월 말 준공예정이다. 24년도 자체생산을 시작으로 사업분야 확장을 통해 글로벌 입지를 더욱 크게 펼쳐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황 대표는 국내 소재 제조업 기술 기업들이 중국발 저가 공세를 기술력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유한 기술력을 통해 글로벌 틈새시장을 개척하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고 사업 영역을 넓혀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