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 · KITIA 기업탐방 2

2천여 종 균주 중 유익균 조합으로 난치병 치료

바이오뱅크힐링 이동호 대표

2천여 종 균주 중 유익균 조합으로 난치병 치료
바이오뱅크힐링 이동호 대표


최근 의료 현장에서 항생제의 보편화로 인해 장염 및 설사증의 일환인 시디피실 감염증(CDI)이 자주 발병하고 있다. 하지만 시디피실 감염증에 걸리면 내균성이 증가해 재발율이 높아서 완치에 애를 먹게 된다. 바이오뱅크힐링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강한 사람의 분변을 기증받아 난치성 장질환 치료에 활용하는 대변이식술(FMT)을 개발해 상용화했다. 우리 몸 안에 사는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활용한 '마이크로바이옴'이 장염 및 설사증 등의 질환에 유용하게 쓰이는 것이다. 대변이식술에 쓰이는 대변을 기증받아 보관하는 '대변은행'을 운영하고 있는 바이오뱅크힐링은 현재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을 시작으로 서울대 본원, 서울보라매병원 등 현재 전국 총 10개 이상의 병원에 이식액을 공급하고 있기도 하다. 이동호 대표는 건강한 사람의 분변을 활용한 대변 이식술이 앞으로 치매와 비만, 크론병 등의 다양한 질병 치료제 개발에 쓰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 몸에 있는 장내 미생물은 무려 200조 개에 달한다. 하지만 '유산균 과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매치니코프를 비롯해 학자들은 그동안 나쁜 균의 독소에만 주목해왔다. 지난 100년을 되짚어보면 인체 내에 있는 95%의 유익균은 방치되다시피 했던 것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이기도 한 이 대표는 이러한 미생물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2016년에 같은 병원의 김상윤 신경과 교수와 함께 바이오뱅크힐링을 창업했다.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많은 환자들을 치료하며 장염에서 정신질환까지 여러 질병 치료에 장내 미생물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걸 확인했다.

CDI 환자에 대변이식술(FMT) 적용하면 80~90% 완치

장염을 앓던 백혈병 환자에게 강한 항암제 치료를 하면 좋은 미생물이 모두 죽는다. 하지만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이식하면 신기하게도 치료가 된다. 이 대표가 개발한 대변이식(FMT) 기술은 장이 건강한 사람의 대장균을 환자에게 이식하는 방법이다. 건강한 사람의 균이 이식된 환자의 장내에서 새롭게 씨를 뿌린다. 약 4~5천여 개의 미생물이 새로운 토양을 만나며 치료 효과가 일어난다. 현재 대변이식(FMT)은 임상현장에서 시디피실 감염증(CDI) 치료에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시디피실 감염증은 미국에서만 매년 50만 명이 걸리는 병으로 그동안 감수성이 있는 항생제를 사용해 치료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었지만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재발률이 증가하고 있어 치료 효과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CDI 환자에게 대변이식(FMT)을 했더니 내성과 부작용이 거의 없으며 80~90%가 완치됐다.


미국서 2013년부터 연구... 마이크로비옴 시장 확대된다

  • 대변이식(FMT)은 현재 CDI뿐 아니라 위장관 질환, 대장염, 변비, 과민성대장증후군, 신경질환 등 여러 치료에 실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대표는 약 10년 전부터 마이크로비옴이 세포실험과 동물실험을 통해 새로운 치료 기법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는 논문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2013년부터 실험용으로 마이크로바이옴이 쓰이기 시작했는데 현재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미래 신의료기술로 주목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여러 질병 치료 중에서 시디피실 감염증(CDI)에 1차 대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대변이식(FMT) 기술을 비롯한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미국에서는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도 유익균으로 만든 신약을 허가할 정도로 의학적 가치가 충분히 입증되기도 했다. 미국 기업인 세레스 테라퓨틱스는 건강인의 분변으로 만든 신약을 개발하여 나스닥에 상장까지 했다.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무려 5천억 원에 육박한다. 전 세계의 유산균 시장 규모를 보면 약 56조 원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유익균을 활용한 치료제는 부가가치가 높아 시장 규모가 이보다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시아 최대 규모 대변은행 운영

  • 바이오뱅크힐링은 2016년 '힐바이옴'이라는 이름의 대변은행도 설립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는 유익균을 마이너스 80도 상태로 보관하다가 장염 환자에게 대장 내시경으로 장에 주입하거나 내시경으로 십이지장에 주사해 치료할 때 쓰인다. 대변은행은 기증을 통해서 운영되는데 슈퍼기증자의 경우 이식 성공률이 98.99%에 달할 정도로 성과가 좋다. 대변이식(FMT)을 통한 성공률은 약 70~90%, 완치율도 90% 이상을 보여 임상 효과와 안정성이 입증된 상태이다.하지만 아시아 최대 규모의 대변은행이라는 명성 이면에는 대량생산을 하기 위해 매번 건강인의 대변을 기증받아야 한다는 것이 힘든 점이다. 누적 대변 기증자가 100명이 채 되지 않는데 그 이유는 까다로운 검사항목 때문이다. 이 대표에 따르면 대면 기증의 검사항목이 수혈보다 많은데, 기증 희망자 중 3%만이 검사를 통과한다고 했다. 오죽하면 '미국 하버드대 합격보다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 때문에 대변은행에서는 현재 대변을 가공한 뒤 분말로 갈아서 캡슐 형태의 의약품으로 만들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대변이식(FMT)의 방향은 분변이식액을 만드는 기술과 신약 개발로 나뉘는데 FMT의 경우 기증자가 있어야만 만들어질 수 있어서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변 이식액 안에 있는 유익한 균주를 뽑아서 대량 생산이 가능한 캡슐 형태로 생산하는 것이 큰 추세이다.


치료 약제로 개발되지 않은 미생물 발굴

이 대표는 현재 대변은행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약 2천여 종의 균주 중에서 유익균 300종을 활용해 차세대 유산균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몸속과 똑같은 환경을 만드는 게 힘들어 배양을 하는 게 쉽지는 않다. 하지만 빅데이터를 통한 실험으로 치료물질을 매칭하고 있는 상황. 이미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국가적인 역량을 동원해 장내 미생물을 기반으로 한 연구를 지원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는 지원 규모가 미미한 편이다.
신약 개발을 한 번 하는 데 드는 비용이 약 100억 정도인데, 현재 국내의 마이크로바이옴 회사들 중 바이오뱅크힐링 외에 이러한 신약 개발에 선뜻 나서는 곳이 전무하다. 이 대표는 K-장내미생물 복합균주 치료제 파이프라인(BBH-MS03)을 만들었으며, BBH-MS03은 시디피실 감염 및 항생제 내성에 대한 치료와 예방에 모두 사용 가능한 경구투여제로 주목받고 있다. 2023년 4월에는 세계 최고 연구중심병원인 미국 하버드의대 병원, MGH에서 기업의 보유 기술력과 특허 및 임상 진행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아울러 '하버드의대 병원 교수팀과 마이크로바이옴 적용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 보스턴 지역 진출을 위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아직까지 치료 약제로 개발되지 않은 미생물을 계속 발굴해나가겠다는 것이 이 대표의 목표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차세대 마이크로바이옴을활용한 효과, 안정성 확보로 임상 진입

한국의 경우 식약처 고시형 균주 중에서 안정성이 확보된 균주로 신약을 개발하는 추세다. 바이오뱅크힐링이 대변이식(FMT)을 활용해 신약을 개발하려면 FMT 치료 효과와 동일한 1023종의 균이 포함되어야 한다. 현재 보유 중인 300종의 유익균의 조합으로 이 균과 동일하거나 비슷한 효과를 내는 균주의 조합을 찾아내는 것이 숙제다. 인체 내에는 1023종보다 훨씬 더 많은 균주가 있는데 이 중 건강한 분변에서 균주를 분리한 다음,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균주를 은행에 저장해두고 여러 세포 실험과 동물 실험을 거친다. 유효성 평가를 거쳐 균주의 염증 억제 능력이 검증되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만만치 않다.
이 대표는 식약청 고시형 균주인 비피토나 락토 계열로 치료제를 개발한 회사는 많지만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차세대 마이크로바이옴 균주 조합들을 활용한 치료제 개발을 하는 곳은 없다고 한다. 반면 차세대 복합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임상은 안전성 유효성 확보가 어렵지만 FMT 이식액이 임상에서 치료제로 쓰이는 것처럼 임상 진도를 나간다면 실제 치료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대표가 롤모델로 삼는 회사는 미국의 베단타 바이오사이언스로 현재 FMT 이식액에서 여러 균주를 추출한 뒤 적응증을 치료할 수 있는 최적의 차세대 균주 조합으로 치료제를 만드는 가장 앞선 회사로 현재 밸류는 한화로 1조가 넘는다.



국내 대기업도 러브콜... 2024년 임상 1상 준비 중

  • 대변이식(FMT) 안에서 분리한 절대혐기성 차세대 균주로 여러 조합을 거쳐 치료제를 만들고 있는 바이오뱅크힐링은 국내 대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현재는 시디피실 감염증(CDI) 치료에 국한되고 있지만 궤양성 대장염 등 난치성 장 질환으로 영역이 확장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대표는 현재 파킨슨 환자 10명을 대상으로 서울대학교 본원에서 임상실험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킨슨 환자에 이식액을 투여했을 때 증상이 60% 이상 호전되는 등의 성과를 거두어 앞으로 치료 적응증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이 대표가 바라보는 FMT 이식술의 향후 미래는 어떨까? 그는 현재 대학병원뿐만 아니라 개인병원에서도 FMT 이식술이 늘고 있는 만큼 앞으로 FMT가 보편화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질환마다 어떤 균주가 치료가 가능한지가 보다 자세히 밝혀지면, 이 균주들의 조합으로 다양한 혁신 블록버스터 치료제가 출시될 수 있다. 이 대표는 2천여 종의 균주 중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되는 균주 조합을 찾아 세포실험과 동물 실험을 거쳐 FMT와 유사한 균주 조합을 찾기 위해 2024년 임상 1상을 준비 중이다. 이후에는 추가 투자 유치를 통해 2025년 임상 2상에 성공하는 것이 현재의 계획이라고 밝혔다.